많은 중소 소프트웨어(SW) 회사들이 대형 IT서비스 기업의 횡포가 심하다고 하소연한다. 주로 대기업 간 가격경쟁 부담을 중소 SW 회사들이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또 대기업 계열사와 적정 금액으로 계약해놓고 실제 패키지 SW를 납품하는 중소 SW 회사에 심하면 10∼20%의 금액을 제시하고는 싫다고 하면 다른 업체로 바꾸는 사례 등이다.
대한민국은 급속한 발전을 이뤄 2007년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 국가가 된 이후 현재까지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미션 10만달러`라는 책에서 제시한 것처럼 대한민국 산업구조는 너무 대기업 위주다. 반면에 2만달러에서 5만달러, 10만달러로 성장한 다른 나라들은 중소기업이 강한 산업 구조다. 정부의 산업 발전 전략 방향이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큰 목표로 바뀌게 된 배경이다.
정부가 이번에 SW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먼저 정부의 과감한 추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즉 이제 바통이 중소·전문 SW 업계에 쥐어졌는데 일각의 우려처럼 중소·전문 SW 회사들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실제로 일부 중소·전문 SW 업체는 법 개정 후가 오히려 걱정이 된다고 한다. 상대만 달라졌을 뿐이지 중견·중소 IT서비스 회사와 같이 일하게 되면 오히려 횡포가 더 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결론적으로 이번 법 개정으로 SW산업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첫째, 대기업이 해외에 중소·전문 SW 기업을 이끌고 진출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보다 강화하고, 대기업의 품질관리 등 장점을 중소·전문 SW기업이 배우거나 서로 협력해 윈윈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또 정부가 제안요청서 상세화,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제도 조기 추진 등 예산을 늘려 사업 실패를 예방하고, 입찰 가격보다 기술, 제안 내용에 따라 좋은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해야 한다. 또 공공정보화에 필요한 SW를 선정할 때는 해당 기업과 직접계약 방식을 늘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둘째, 정부 차원에서는 SW산업 육성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먼저 국가기관 등의 IT 관련 부서 공무원의 처우(인사, 급여, 감사 등)를 지금보다 훨씬 좋게 개선해야 한다. 각 국가기관 등에서 IT담당자가 찬밥 신세인데 어떻게 SW산업을 육성하겠는가. 담당 공무원이 SW사업 발굴, 기획, 구축, 운영 등과 관련된 사항을 무조건 외부 IT서비스 업체에 의뢰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IT담당자라면 민간 기업의 IT담당자 못지않은 실력을 갖춰야 한다. 공무원이 SW산업을 육성하고 책임 있게 일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양질의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순환보직 관습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셋째, SW업계는 전문적인 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사회적 책임이 있으며, 수많은 SW 관련 협·단체는 대정부 협력 채널을 단일화하기 위해 통합돼야 한다. 기껏 법 개정으로 멍석을 깔았는데 자칫 잘못하면 SW산업의 성장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 산·학·연·관이 건강한 SW산업구조를 만드는 데 서로 마음과 머리를 모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업계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심오한 토론과 전략으로 향후 발생할 난제를 같이 풀어주기 바란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 khhkhh@kcub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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