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두려운 것은 애플과 페이스북이 아니다. 바로 아마존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삼성전자 한 임원이 풀어낸 이야기다. 국내 언론이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를 하나같이 `경계 1호`로 진단한 것과 달랐다. 다소 의외였다.
왜 아마존이 복병일까. 그의 진단은 명료했다. 아마존만큼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기업도 없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전자책·음반·소프트웨어 등 콘텐츠 서비스 강자다. 세계 온라인 유통망까지 장악했다. 지난해 스마트패드 `킨들 파이어`로 제조업에서도 반열에 올라섰다.
아마존은 콘텐츠·제조·유통 삼박자를 갖췄다. 제조에 콘텐츠 파워를 접목한 애플의 `아우라`를 뛰어넘는다는 게 삼성 내부의 분석이다. 이른바 `애플 쇼크` 이후 미래를 예비하는 삼성의 후각은 더욱 예민해진 터다. 그런 삼성이 미래 경쟁자로 콘텐츠 서비스 기업에 더 가까운 아마존을 꼽았다. `융합 쓰나미`를 겪으면서 `잠룡`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4월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치권은 대선정국으로 직행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계도 대선이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몇 년간 화두인 `ICT 거버넌스 재편` 논의가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이 최근 연중기획 시리즈 `IC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의 일환으로 가진 전문가 좌담회에 정치권은 깊은 관심을 보였다. MB정부의 분산형 ICT 거버넌스의 한계와 폐해를 지적하며 집중형 ICT 독임부처의 필요성에 여야가 공감했다. 지금 분위기로는 그 폭에 이견은 있지만 ICT 독임부처 신설이 대세로 굳어가는 양상이다.
그런데 조직개편은 관료들의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다. 당연히 반대 목소리가 들려온다. ICT 독임부처로 가더라도 세부 영역을 놓고 백가쟁명이 벌어진다. 이런 식이면 결국 차기 정권 핵심 인사에 줄이 닿는 쪽이 과실을 챙길 것이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이 필요하다. 왜 ICT 거버넌스 재편 문제가 불거졌는지 본질적인 물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난 3∼4년간 한국 ICT 경쟁력은 곤두박질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애플 쇼크로 대변되는 단말·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 융합시대에 우리 정부나 기업은 융합보다 단절을 선택했다. 정부부처엔 할거주의까지 만연했다.
IT 대표 기업 삼성은 이미 미래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관료도 낡은 틀을 과감히 깨야 한다. ICT 거버넌스는 `밥그릇`보다 `한국의 ICT 미래`가 달린 문제다. 국가보다 개인 안위가 먼저라면 이젠 과감하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
장지영 통신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