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특허관리 위주로 영업합니다. 작년에 해외유망특허로 인정받아 특허청 지원으로 특허침해 보고서를 작성해서 미국 현지 법무법인 감정까지 받은 상태입니다. 미국 구글·스카이프 등을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허관리전문 기업가가 한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광고 업계에서 유망 벤처기업인으로 주목받았던 윤필환 포럴톤 사장 이야기다. 인터넷광고 서비스 회사가 비즈니스모델을 특허관리 분야로 방향을 바꾼 데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윤 사장은 2004년 지도기반 검색광고 전문회사를 차리고 `클릭 투 콜(Click to Call)` 서비스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렸다. 창업 1년 만에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국내외 특허도 받았다. 벤처 창업의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008년 거래처 대기업 임직원들이 회사 지분 일부를 넘길 것을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윤 사장이 지분 요구를 거절하자 거래처들이 약속이나 한 듯 서비스계약을 해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거래처들은 임직원을 포섭해 기술을 유출하고 새 회사를 차리기까지 했다. 2009년 한 해에 거래처 네 곳이 빠져나가고 일부 거래처가 직원들마저 빼내가면서 서비스 업무는 마비됐다. 30억원의 결손만 남았다.
유출된 포럴톤 기술은 클릭 투 콜 서비스뿐만이 아니다. 경매사이트를 운영하는 A사와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I사가 서비스하는 검색광고(판매자광고)서비스와 한 이동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중인 모바일문자광고를 포함해 여섯 가지다.
지난 3년간 윤 사장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홀로 싸워 왔으나 `달걀로 바위 치기`에 불과했다. 다행히 2010년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예비음모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2개월 동안 내사한 후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에 이첩했다. 경찰은 1년을 수사해 지난해 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무슨 연유인지 아직 기소 결정은 나지 않았다. 윤 사장은 지난 2월 기술을 유출한 대기업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으로 추가로 신고하고 결과를 기다린다.
그의 사연은 벤처 성공 신화를 꿈꾸는 예비 창업가의 꿈을 무참하게 짓밟은 작은 사례에 불과할지 모른다. 정부와 대기업이 아무리 대·중소 상생과 동반성장을 외쳐도 현장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갈취하지 못하도록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까지 만들었지만 중소기업 피해는 근절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을 돕지는 못하더라도 기술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떳떳하게 사업화하는 대기업 문화가 아쉽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