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에너지 안전관리실 박 과장. 그는 자신이 맡고 있는 지역 내 굴착공사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스마트폰만 챙겨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하자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연동한 도시가스 배관 설계도가 박 과장의 스마트폰에 뜬다. 도면을 확대해 배관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굴착지점을 알려준다. 예전처럼 두꺼운 배관 지도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고 도면을 원하는 만큼 확대해 볼 수 있어 굴착지점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도시가스가 IT와 융합해 진화하고 있다. 일주일마다 직접 정압실을 찾아가서 들여다보지 않아도 근처를 지나가기만 하면 수시 점검이 가능해졌다. 가스의 예방과 점검이 IT와 결합하면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일이 점검하기 힘든 도시가스 배관 정보가 클릭 한 번으로 이력부터 수명 예측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직접 땅을 파야 하는 수고는 없어졌다. 고객만족도 제고와 도시가스업계의 업무효율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이다. 도시가스업계가 IT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코원에너지서비스(대표 조민래)는 SK 계열사라는 특성으로 인해 IT 활용도가 높다.
종합안전관리시스템(TSMS)에 기반을 둔 코원에너지의 IT시스템은 현장 업무 효율성 강화가 핵심이다. 시설 및 굴착현장 점검, 민원처리가 모두 스마트패드로 이뤄진다.
지리정보시스템(GIS)과 도시가스 배관 설계도를 통합, 현재 위치의 도시가스 배관 경로와 상태, 점검 이력 등을 단말기기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전처럼 1만6000분의 1로 축소한 지도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곳의 설계도면을 확대할 필요성도 없어졌다. 업무 일지 작성은 물론이고 팀장 결재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된다.
코원에너지는 윈도 기반의 스마트패드 활용을 안드로이드 운용체계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관할 구역에 산재한 정압실의 데이터를 수집, 중앙기지국으로 송신하는 `스마트 원격단말기(RTU)`를 개발했다. RTU는 정압실 내부 정보를 해당 회사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RTU는 기존 유선 통신을 무선으로 변경했다. 2G에서 4G LTE까지 사용할 수 있고 와이브로와 와이파이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해 RTU에서 송신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230대를 지급했으며 올해 안에 전 점검원이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주회사인 SK E&S에서는 스마트RTU를 코원에너지 외 5개 도시가스 자회사에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고객들도 도시가스 요금 및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도록 모바일 고객센터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요금을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한 증강현실을 통해 고객들이 가스레인지나 보일러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스캔해서도 해당 내용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담당지역 고객센터와도 한 번에 전화 연결이 가능하다.
대성에너지(대표 이종무)는 2월부터 업계 최초로 순찰차에 탑재한 차량위치탐지(AVL) 시스템을 스마트폰에도 적용했다.
AVL시스템은 순찰차량의 운행 위치와 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긴급 상황 발생 시 차량을 신속 정확하게 배치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의 무선 통신기능을 이용, 내부 고객지원시스템, 그룹웨어(Notes), GIS맵 조회 등 대부분의 안전관리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에 지하 시설물의 도시가스 배관 설계도를 조회할 수 있고 원방감시제어시스템(SCADA)과 연결, 인근 지역의 정압기를 점검할 수도 있다.
코원에너지처럼 무선으로 정압기 정보를 송신하는 스마트RTU도 개발했다. 유무선 통신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요금을 40% 가량 줄였다.
스마트 RTU 프로세서도 윈도 계열로 프로그램 가능한 장치를 사용, 기기 고장이나 자연재해로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넷북으로 대체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정압실 내 CCTV 설치를 위한 웹캠과 지문인식 장치, 3차원 QR코드인식, 바코드 인식, RF태그 장치 등 보조 장치도 설치하기 쉽다.
이석형 대성에너지 기술본부장은 “스마트 RTU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직원들이 휴대하고 있는 넷북을 RTU로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유지보수도 매우 간편하다”며 “현장 안전관리자의 세부적인 업무까지도 편리하게 적용하도록 전문성과 효율성을 극대화 시킨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도시가스(대표 최성호) 역시 오래된 도시가스 배관 교체시기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올해 안에 가시화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내년이면 도시가스사업을 시작한 지 30년이다. 운영 중인 주요 배관 길이는 800㎞로 이중 25%인 200㎞가 매설한 지 30년이 됐다.
하지만 오래 사용했다고 일률적으로 교체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배관 교체비용이 ㎞당 최대 5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배관 교체시기를 정확히 파악해 10년만 늦춰도 100억원이 넘는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서울도시가스는 도시가스배관 직류전위구배법(DCVG) 측정 장비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땅을 파지 않고 배관의 코팅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전극 사이의 전위차를 측정, 피복이 벗겨진 부위를 찾아낼 뿐만 아니라 피복 손상 크기도 유추할 수 있다. PDA단말기와 탐측봉·접지용 전극으로 구성돼 있어 휴대가 간편하다.
회사 관계자는 “도시가스배관 직류전위구배법(DCVG) 측정 장비로 얻은 정보를 이용해 배관 교체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며 “배관 수명은 사용기간이 아니라 땅속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교체시기를 적절하게 결정하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