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법정에서 꼭 승리하길 바란다.”
이 말의 주인공은 전자책 콘텐츠 가격 담합 혐의로 법정에 간 애플도, 5개 대형 출판사도 아니다. 애플이 밀려나면 `아마존 천하`가 될 것을 우려한 중소 출판사들이 애플 편을 들고 나섰다.
미국 중소 출판업자들은 애플보다 아마존을 `포식자(predator)`로 생각하고 있다고 C넷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담합으로 부당이익을 취한 주범인 애플을 옹호하는 게 언뜻 이상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소 출판사에겐 그들의 담합이 더 이익이라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2년 전 5개 출판사들이 모여 도서 판매 방식을 `도매 모델`에서 `에이전시 모델`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도매 모델은 판매상이 도서 가격을 정할 수 있지만 에이전시 모델에선 출판사가 가격을 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서 가격이 올랐다. 스티브 잡스 자서전에 따르면, 이들에게 담합 아이디어를 준 것은 다름 아닌 잡스다.
에이전시 모델은 결과적으로 중소 출판사에 도움이 됐다. 대형 출판사가 책 가격을 올리자 독자들이 더 싸고 덜 알려진 중소 출판사 책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소 출판사가 애플을 옹호하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이번 법정 소송에서 담합 혐의가 인정돼 애플의 힘이 약화되면 아마존 천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유통 플랫폼을 장악한 아마존이 중소 출판사에까지 가격 인하 정책을 강요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초반엔 가격 인하로 독자들도 이익을 얻겠지만,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선 결국 소비자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전자책 업체 스매시워드 창업자 마크 코커는 “애플은 모든 출판사와 계약할 때 `최혜국대우`처럼 먼저 계약한 기업을 우대해준다”면서 “아마존은 모든 경쟁자들을 완전히 제거한 이후 자신들의 플랫폼 안에 가두는데 큰 관심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