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그래도 표준특허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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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플과 삼성의 특허 소송이 장안에 화제다. 두 회사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를 두고 미국, 호주와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특히 양사는 서로 주력제품 판매금지 등을 놓고 다퉈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 사건에서 애플은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특허가 침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자사 통신 특허와 유럽표준에 포함된 표준특허로 맞대응하고 있다. 점차 이 사건은 애플의 일반 특허와 삼성의 표준특허가 대결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표준특허란 표준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때 필수적으로 이용되는 특허를 말한다. 이러한 특허는 표준의 시장 영향력과 특허의 독점력이 결합돼 시장을 장악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제 표준화 기관에서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특허가 포함된 표준의 제정을 허용하면서도 특허가 독점력으로 인해 표준의 제정과 확산에 방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허 독점력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하게 됐다.

우선 표준화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는 자신의 특허가 표준에 포함될 것으로 판단되면 이를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특허에 대해 기술료 무료, 또는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조건으로 라이선스 허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FRAND 조건은 원하는 누구에게나 라이선스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의미다.


통상의 표준특허 보유자는 FRAND 조건을 선택하게 되는데,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모호해서 적정한 기술료의 규모를 두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번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에서도 이러한 기술료 규모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유럽에서 FRAND 조건에 대한 반독점 행위가 부각되면서 표준특허를 통해 막대한 기술료를 벌어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생존해 나가기 위해 표준특허를 확보해야 하는 중요성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간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 표준을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포함된 특허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그 자체로 특허 침해가 인정돼 일정 기술료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살아가기가 어렵게 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 표준특허를 확보하고 있으면 어느 정도 제약이 있지만 여전히 기술료 수입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미국 퀄컴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통신 기술 표준특허 확보로 막대한 기술료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국내외 선진 기업과 연구기관들도 앞다퉈 표준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표준특허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제 표준화기관(ISO, IEC, ITU, JTC1)에 301건(전체의 3.5%), 유럽(ETSI)에 2195건(전체의 8%), MPEG LA에 1090건(전체의 18.6%)이 신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까지 미국, 일본 등에 미치지 못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연구소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은 특허를 무기로 후발 기업에 대한 시장 견제와 수익 창출을 추구하므로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동안 특허 분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시장의 글로벌화와 기술의 상호 호환성 요구로 국제 표준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술 발달로 국제 표준에는 더 많은 특허가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표준특허 확보로 이러한 특허 분쟁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을 보장받고 나아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김영민 특허청 차장 kym0726@kip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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