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닥에 성실실패가 용인된다면

올해 들어서만 20개 코스닥 상장사가 퇴출될 처지다.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이나 부적정 의견을 받은 12월 결산 상장사들이다.

일부 기업은 최대주주나 경영인이 상장사라는 껍데기만 이용해 자금 유치나 횡령의 기회로 이용한 사례다. 퇴출시기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시장에서 퇴출될 여지가 충분한 기업이다.

문제는 최근 산업이나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한때 판단 실수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이다. 키코(KIKO)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7년 갑작스러운 환 변동과 함께 파생상품인 KIKO에 가입했던 수출 중소기업들이 손실을 봤고 일부기업은 자본잠식으로 퇴출됐다. KIKO 손실로 인한 피해는 끝나지 않았고 이로 인한 퇴출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IT기업의 퇴출이 늘고 있다. 엄격히 따지면 경영자가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거나 기존 사업을 대체할 신사업을 찾지 못한 까닭이 크다.

주식시장은 한겨울 서릿발처럼 냉혹하다. 때로는 시장에서 최고 기업으로 대우받으며 시가총액 상위기업으로 평가받던 상장사도 적자를 내거나 미래가 불투명하면 찬바람이 인다. 투자자는 잘나가는 주식을 버리고 보다 수익성이 높은 종목으로 갈아타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장 퇴출은 조금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퇴출 판단은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에 코스닥시장은 꿈의 무대다. 일부 기업에 퇴출은 십 수년간 땀으로 일군 성과가 한순간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코스닥시장에도 성실실패 용인제가 적용된다면 코스닥 경영인의 노하우와 꿈이 후배 벤처 경영자에게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경민 경제금융부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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