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더 잘보이려는` 은행

동물은 기본적으로 은폐와 엄폐의 달인이다.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위험을 감수하며 드러내 놓고 자신을 뽐내는 종도 있다. 공작이 그렇다.

대표적인 보수 성향 업계인 은행들이 요즘 이른바 `공작 꼬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IBK기업은행에 `송해 광고`를 보고 왔다는 고객만 142명. 예금액으로는 957억원에 이른다. 송해씨의 연간 모델료가 3억원이니 CF계 보기 드문 대박이다.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린다`는 송씨의 진정성 가득한 멘트는 보는 이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기업은행의 주 고객은 중소기업인데, 막상 이들 기업의 직원과 가족은 기업은행이 아닌 일반 시중은행을 이용한다는 데서 `송해 CF`의 영감을 얻었다는 게 조준희 행장의 설명이다. 내부 공채 출신으로 사상 처음 배출된 행원 경력 30년차 행장의 `가슴`에서만 나올 수 있는 발상이다.

외환은행은 배우 하지원을 내세워 `스마트 뱅크, 스마트 배우`라는 컨셉트를 밀고 있다. 과거 `론스타 먹튀` 논란으로 실추된 대국민 이미지를 회복하자는 계산 역시 담겨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공보관 출신인 윤용로 행장의 `홍보 감각`이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게 은행가의 반응이다.

최근 각 은행은 앞다퉈 `스마트 뱅킹`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스마트는 단말기 안에서 모든 은행 업무가 완결돼야 하는데, 스마트브랜치 개설이나 모바일뱅킹센터 오픈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나서는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말 그대로 `쇼오프(show off·과시)`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스마트 뱅킹은 이제 막 도입되기 시작한 초창기다. 여전히 휴대폰으로 은행 업무 보는 게 낯설고 어색하다. 비대면 거래가 90%에 육박한다지만, 아직도 폰뱅킹·인터넷뱅킹이 더 익숙한 게 대다수 일반 고객이다. 어떤 형태로든 지금은 스마트 뱅킹을 널리 알리고 뽐내야 한다.

종족 번식을 위해서라면 천적 앞에서도 크고 화려한 꼬리짓을 서슴지 않는 수컷 공작새처럼 말이다.


류경동 경제금융부 차장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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