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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은 지난 3월 30일자 기획기사에서 우리나라 표준화 기반 조성이 시급함을 보도하고 예산 확충과 정책적 배려가 필수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주요 정책에 표준화라는 항목은 들어 있으나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달 16개 부처와 공동으로 `FTA시대 국가 연구개발(R&D)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의 FTA에서 R&D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 네 가지가 핵심이다. 그 첫 번째 전략이 국제표준을 선점해 무역기술장벽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정부는 주요 신기술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국제표준화에 주력하는 한편, 국제표준화기구 의장·간사 수임을 지원, 표준 선점을 위한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무역 80%가 기술표준의 지배 아래 있고 FTA 확대로 관세장벽이 철폐됨에 따라 비관세장벽인 기술표준이 가장 중요한 국제규범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FTA 파고를 R&D로 뛰어넘기 위해서는 원점에서 기술표준 R&D 정책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우리 원천기술을 국제표준화하기 위한 표준 R&D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표준 전쟁에서 경쟁 우위에 서기에는 실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올해 정부 R&D 예산 규모는 16조224억원이다. 그러나 원천 표준 개발에 책정한 예산은 0.2% 수준(305억원)에 불과하다. 현 수준에서 몇 퍼센트를 더 늘리기보다는 백지 상태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가 적정한지 고민해 봤으면 한다.
둘째, 각 부처 R&D에서 표준을 개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물론 지식경제부의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 등 일부 R&D가 표준화와 연계돼 있다. 하지만 충분한 성과를 내기엔 많이 부족하다. 그나마 다른 부처 R&D에는 표준화 연계 정책 자체가 없다. 표준 R&D인 표준기술력향상사업에 올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과제가 신청됐지만 20% 정도 과제만 선별 지원할 수 있다. 표준개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우리 원천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축소해선 안 된다. 정부의 주요 R&D개발과 연계해 국제표준을 개발하도록 기획 단계부터 챙길 필요가 있다.
셋째, 이제 표준도 돈이 되는 시대임을 인식해 표준화 성과를 R&D 주요 성과평가지표에 반영하고, 표준개발자에게 높은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R&D 주요 성과평가지표는 특허와 논문 등인데 특허와 더불어 주요 국가 지식재산인 표준은 아직 평가지표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삼성과 애플의 소송 전쟁을 보면 특허뿐 아니라 해당 특허를 국제표준에 반영한 표준특허도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특허만큼이나 표준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마지막으로 R&D 투자로 개발된 기술표준의 온기가 중소·중견기업 저변까지 스미도록 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국가표준화와 국제표준화에 기업 참여가 미흡한 편인데, 국가표준화기관인 기술표준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중소기업에 표준화 R&D 신청 자격을 주는 등 중소기업 개발기술 표준화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야만 무역 2조달러 시대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 지렛대 역할을 하는 중소·중견기업이 특허와 더불어 국제표준화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통상 시대는 무한 경쟁 시대다. 기술표준은 세계 시장에 기여함은 물론이고 상품 호환성과 상호 운용성 룰이 되기 때문에 경쟁력 확보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경쟁기업이 우리 기술표준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상품 출시 자체를 못할 수도 있다. 우리 기술표준이 국가의 핵심 지식재산이 되고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국제 규범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최형기 기술표준원 기술표준정책국장 hyeongki@kat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