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생물학자가 되려고 생각했다. 인기 있는 총각 생물학 선생님도 마음에 들었고 여름 방학에 학교 수련회 때 제비나비를 잡으러 다니는 것도 즐거웠다. 한번 정하면 쉽게 변하지 않는 성격 때문인지 자연을 탐구하는 생물학을 대학에서 전공으로 선택했다. 지금은 생명과학과가 인기학과이지만 1980년대 초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공계열에서 가장 인기 없던 생물학과를 소신 지원했다. 막연히 자연·생명을 사랑하고 자연과 생명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공을 정했지만, 대학 당시 생물학을 전공할 때는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러나 석사, 박사 학위를 하면서 실제로 미생물학, 면역학 등으로 세부 전공을 정하고 실험실 생활을 시작하면서 연구가 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생명공학 즉 바이오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분야 과학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최근에 많은 과학기술 분야는 생명과학과 융합을 통해 신기술을 개발한다. 예를 들어 전자공학과 생명공학 기술을 융합해 바이러스를 쉽고 정확하고 빠르게 탐지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개발하는 것이다. 비단 전자공학뿐 아니라 많은 과학기술 분야와 생명공학과 융합은 인간에 유익한 많은 발명품을 만들어 내 생명공학은 정말 인기 있는 분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 과학기술과 경제를 전자공학이 주도해 왔다면, 미래의 과학기술은 바이오 즉 생명공학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바이오는 다양한 과학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분야로 최근 모든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이 인간과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과 요구에 맞추는 경향이므로 인간의 유전적 생물학적 특징을 연구하는 생명공학 분야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공을 좀 더 세분화해서 말하면 바이러스면역학으로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바이러스백신 개발이다. 2009년에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플루 같은, 인간에게 감염되면 심한 경우 목숨을 빼앗는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하면서 수년간의 좋은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였을 때와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고생하였던 학생이 학위를 받았을 때 보람을 느끼지만, 미래 우리 실험실에서 개발한 백신 제품을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그 백신이 그분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가장 큰 보람을 느낄 것 같다.
전공 선택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과정이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려고 하면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것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을 믿고 어떤 어려운 고난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새 미래 생명공학의 주역이 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부하령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단 단장 haryoung@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