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SW개발은 건설과 다르다

김은 Kim & Ps TCI GmbH 대표 eunkim55@gmail.com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SW) 개발과 건설을 유사하게 본다. 그러나 SW 개발과 건설은 비교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 SW는 디지털 상품이다. 한 번 개발한 후 복제를 통한 재생산 비용이 없거나 매우 저렴하다. 재사용이 많을수록 상품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개발자 수익이 높아진다. SW가 이노베이션이 중요한 상품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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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과 SW의 또 다른 점은 건축물의 경우 단계별 완성이 가능하거나 혹은 단계별 완성을 전제로 진행된다. 프로젝트 중간 결과물의 완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비교적 쉽고, 일반인도 벽, 천장의 완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SW는 단계별 완성형 작업이 쉽지 않으며, 여러 단계로 구성돼 있는 작업에서 앞 단계는 조건부로 완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SW는 중간 결과물의 완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중간 결과물의 객관적인 표현 방법이 결여돼 있으며, 저렴한 확인 수단이 없다. SW 개발 현황 파악은 개발자의 말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개발 현황을 서술한 문서 혹은 프로그램 코드 등의 존재 여부와 같은 형식적인 확인만 가능하다. SW는 그래서 개발자의 능력과 개인의 특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처럼 같은 지식 상품 및 서비스의 특성을 잘못 알고 있어 국내에서는 현재 시점에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식사회로 패러다임 전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가 SW 개발 기술자를 건설기술자와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최근 `SW 기술자 경력신고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가 보도된 자료(전자신문 3월 21일자)를 보자. 보도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전체 응답자는 768명이며 조사에 참여한 전체 응답자 가운데 59.3%가 폐지, 6.2%가 유지, 34.5%가 보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응답자 가운데 90% 이상이 기존 제도를 폐지하거나 보완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는 모집단과 관련 대상자 전체를 반영하면 만족도가 더욱 낮아진다. 필자의 계산에 따르면 2010년 현재 국내 SW 개발자는 3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신고자는 전체 SW 개발자의 3분의 1 수준인 10만여명에 불과하고 미신고자가 20만명에 달한다.

이번 조사의 전체 답변자 가운데 신고자는 377명이고 미신고자는 391명이다. 그리고 만족도 조사 결과는 신고자 가운데 33.9%가 폐지, 10.4%가 유지, 55.7% 보완해야 한다고 답했고, 미신고자 가운데 83.8%가 폐지, 2.1%가 유지, 14.1% 보완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내 SW 개발자 전체 숫자 및 설문 참여자의 비중을 고려하면 결국은 전체 SW 개발자 가운데 67.6%가 폐지, 4.8%가 유지, 27.6%가 보완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제도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 가운데 95% 이상이 기존 제도를 폐지하거나 보완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과 같다.

이번 조사 결과의 상세한 내용을 보면 법에 기반한 SW 기술자 경력신고제 대상자들의 만족도를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운영되는 SW 기술자 경력신고제가 전형적인 지식 노동자인 SW 개발자들의 기술력 향상에 대한 의욕을 감소시키고 이노베이션을 저해하는 등의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기존 제도의 효용성은 보다 명백해진다.

그러나 최근 기사를 보면 SW 기술자 경력신고제 담당자 가운데 한명이 SW 기술자 경력신고제를 건설기술자 경력제와 비교하면서 보완해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을 볼 수 있다. 만일 현재 운영 중인 SW 기술자 경력신고제를 민간 자율로라도 유지하고자 한다면 현재까지 운영하던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SW 기술자 경력 확인 서비스의 품질이 좋아지고 공신력이 높아진다면 굳이 법에 기반을 두지 않아도 관련자들이 서비스를 애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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