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이병호 STX에너지 사장 "세계 쥐락펴락하는 '에너지의 삼성전자' 될 것"

공격적인 목표와 강한 추진력. `포스`가 느껴진다. 취임 이후 해외 신규 시장을 차곡차곡 개척하는 모습은 멈출 줄 모르는 전차와 같다. “한국판 에너지 분야 글로벌 메이저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할 때 모습은 사명감마저 느껴진다. 이병호 사장은 에너지가 STX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신규 사업에 대해 빠르게 결정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도 이 같은 확신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국가 정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동종 업계와 공정경쟁과 협력을 통해 민간 에너지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산업 토양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을 넘어 전쟁으로 까지 비유되는 에너지 밀림에서 사자로 군림하기 위한 이병호 사장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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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분야 글로벌 기업 성장이 목표=“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가 세계 전자산업을 호령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전자가 수많은 일본기업을 제치고 전자분야 굴지의 기업으로 서 있습니다.”

에너지 분야의 `삼성전자`. 이병호 STX에너지 사장이 제시하는 회사의 미래상이다. 에너지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글로벌 기업이 등장해야 한다는 견해다.

“프랑스도 결코 자원부국이 아닙니다. 하지만 토탈이라는 세계적인 석유회사가 있습니다. 우리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사장은 자원부족으로 해외 자원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국내 사정이 오히려 경험으로 작용해 미래 경쟁력 있는 에너지기업 탄생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리고 10년 뒤 세계 굴지 에너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기업은 바로 STX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로벌 에너지기업을 향한 이 사장의 의지는 경영목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STX에너지의 올해 매출 목표는 1조200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20%가 늘어난 수치다. 이 목표는 그 누구도 아닌 이 사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이다. 총 구성원 수가 450명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직원 일인당 25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해야 하는 셈이다. 2020년 목표는 20조원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과 신성장동력 발굴 노력 강화다. 회사 수익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과 유류유통사업은 관련 업계와의 신뢰강화로 지속 성장을 이룰 계획이다. 근래에는 알뜰주유소와 같은 유류유통 관련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신성장동력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운영을 통한 민자발전사업과 석유개발사업이 중심 축이다. 이 두 사업 모두 높은 고정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어 향후 STX에너지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낼 전망이다.

특히 석유개발은 20~30% 수익률을 예상하면서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다. STX에너지는 위험부담이 적은 개발광구나 생산광구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미국지사 앤커 이엔피 홀딩스와 공동으로 미국 알라바마주 생산유전 지분과 운영권을 인수했고, 미국 멕시코만 노스스타 해상 생산유전 지분도 인수했다. 캐나다에서는 엔카나로부터 캐나다 북서부에 위치한 맥사미시 가스 생산광구 지분 100%를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의미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STX에너지는 석유공사와 함께 국내 대륙붕 6-1 해저광구 중부지역에 대한 공동조광 계약을 체결했다. 민간기업 최초로 참여하는 국내 대륙붕 탐사 사업이다. 이 사장은 이밖에도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사업 등을 육성하며 다각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ESCO 사업은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 사업 확장의 가능성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에너지 정책, 규제 아닌 지원으로 돌아서야=세계 굴지의 에너지 기업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이 사장이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 에너지 정책의 방향 전환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내수시장을 제한하고 공기업을 거대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이 성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을 통해 내수시장이 성장하고 해외시장 개척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 사장은 공기업이 에너지와 자원부문 사업을 총괄하려고 하는 데 문제 제기를 했다. 민생현안에 밀려 시장원리가 아닌 각종 규제와 제도로 시장이 움직이다 보니 민간기업 입장에서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민간기업의 석탄화력 진출을 놓고 공기업인 한전 계열 발전회사들에 적용하던 보정계수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세계 어느 곳 어느 산업 분야에도 수익이 많이 난다고 해서 민간기업의 수익을 제한하는 규제는 없다”며 “민간기업의 석탄화력발전에 보정계수를 적용해 수익률을 낮추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민간의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발전회사의 민영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부족한 전력 공급력 확충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전진을 위한 정책 진전을 요구했다. 시장원리가 지켜지지 않는 지금은 에너지 기업들이 성장할 토양이 아니라는 견해다. 그 실현 조건으로 관료들의 용기 있는 결단력을 주문했다. 과거 전자산업에서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기업을 키우기 위해 해왔던 노력들을 이제는 에너지산업으로 옮겨와 다시 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지금 에너지 산업을 기술 혁신의 시기로 바라보고 있다. 에너지원 별로 환경오염· 부지·수익성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기술 진보로 해결될 것이고 그 속도는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 예로 탈황·탈진 설비로 공해 문제를 상당부문 해소한 석탄화력과 안정성을 개선한 소형원전 등을 들었다.

이 사장은 “지금의 기술 혁신을 감안할 때 한국판 에너지 메이저 기업은 불과 20~30년 안에 나올 수 있다”며 “그 후보군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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