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현의 미래키워드] 플랫폼 정부

정부가 변하고 있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며, 정부가 공개한 데이터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시민이 원한다면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와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직접 나서거나 모든 일을 다 하지 않아도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많은 국가가 이러한 플랫폼 정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플랫폼 정부와 대비하여 이전의 정부를 `자판기 정부`라 한다. 시민은 세금을 내는 대가로 정부 서비스를 기대하지만 기대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자판기를 흔든다. 자판기 물건은 이미 정해져 있고 내용물을 채워 넣는 납품업체 역시 정해져 있다. 그만큼 시민의 선택은 줄고 가격은 높다. 자판기 흔드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없던 시민들은 플랫폼 정부에서는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자판기 안의 내용물과 그것을 채우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따지고 정책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팀 오라일리는 정부를 플랫폼으로 보는 것은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어디에나 적용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도로 건설을 한다면, 도로 정책 수립, 세금 결정, 구간별 최고속도 설정, 안전규정 마련 등 정부는 플랫폼 제공자, 즉 멍석을 까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도로는 시민을 위한 것이며, 민간부분은 정부가 깔아놓은 도로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플랫폼 정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웹이 보유한 개방성을 적용할 수 있다.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열린 플랫폼 덕분이다. 정부도 열린 플랫폼을 적용함으로써 더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있다. 플랫폼은 단순할수록 좋다. 단순한 시스템을 만들면 알아서 진화한다. 남이 무언가 얹어 놓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으면 된다. 단순한 기술은 사용자와 개발자들이 새로운 기능과 편의를 직접 고안하고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열린 시스템과 단순한 시스템은 참여를 이끈다. 플랫폼 정부는 어떤 아키텍처가 가장 활발한 참여를 유도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플랫폼에 참여하는 모든 시민이 자연스레 내용을 채워 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만들면 된다.

플랫폼 제공자가 된다는 것은 정부가 기본과 핵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인프라를 만들고 시민이 플랫폼에 참여하도록 자극하고 플랫폼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어 참여자들이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플랫폼 제공자, 플랫폼 정부가 할 일이다. 앞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정부의 모습일 것이다.(참조=`열린 정부 만들기` 중 플랫폼으로서 정부)


ETRC 조광현센터장 hyu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