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정의 그린로드]REC 현물시장 활성화하려면

지난달 말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28일과 29일 양일 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현물거래가 처음으로 이뤄졌다. REC 현물거래 시장은 올해 시행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성공여부를 쥔 핵심 이슈 중 하나다.

RPS는 원전 1기의 절반 정도인 50만㎾ 이상 발전설비를 가진 발전회사에 총발전량 중 일정량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을 의무화한 제도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대신 정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제도다.

처음 열린 REC 현물거래 시장에서 태양광 부문은 총 18REC가 평균 거래가격 22만9400원에 거래됐다. 27일에 매도등록하고 28일 경매가 진행됐는데, 매도물량 91REC 중 19.8%인 18REC만 팔렸다. 반면에 29일 개설한 비태양광 부문은 매도물량 1031REC 모두가 평균 4만2400원에 거래됐다.

처음 열린 현물시장은 전문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태양광 부문은 제도 시행 초기여서 REC 발급물량이 많지 않았다. 또 공급의무자가 매입하려는 가격보다 매도가격이 높게 형성돼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았다. 태양광에 비해 거래가격이 싼 풍력 등 비태양광 부문은 RPS 공급의무자 간 치열한 매수경쟁을 보이며 매도시장에 나온 물량이 모두 팔렸다. 거래가격도 매도 등록 가격보다 높게 형성됐다는 후문이다. 시장가격도 애초에 예상한 태양광 22만원, 비태양광 4만원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첫 현물거래 치고는 순조로운 결과지만 REC 물량을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게 해야 하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시장에 REC 현물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고 있음을 증명함과 동시에 정부가 RPS를 도입한 취지와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REC 물량이 공급의무자가 필요한 만큼 풍부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가 산업육성 측면에서 별도로 할당량을 준 태양광 분야만 해도 대부분 공급의무자가 직접 건설하거나 장기계약으로 거래가 완료돼 현물시장 기여도는 크지 않다. 현물시장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은 전체 REC의 5% 수준이다. 조력이나 풍력 등 비태양광 분야도 문제다. 공급의무자의 발전소 건설계획은 세워져 있으나 대부분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이행 여부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고 REC 물량도 나오기 쉽지 않다.

정부는 REC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거래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할 때를 대비해 과거 FIT 제도 운영 당시 정부가 사들인 REC 물량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비상시에 최소량으로 국한해야 한다. 국가에서 보유한 REC를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REC 물량을 늘리면서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이유가 국내 산업을 활성화하는데 있다면 굳이 발전시설을 국내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국산 제품으로 해외에 발전소를 설치할 때도 일정비율을 REC로 인정해 준다면 수출도 늘리고 RPS도 이행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온실가스 감축분으로 얻는 청정개발체제(CDM)와도 연계해 REC로 인정하는 방법도 있다.

다음주에는 두 번째 REC 현물시장이 열린다. 아직 도입초기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기 힘들겠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해 건전하면서도 치열한 매수경쟁을 일으켜 잠자는 REC를 현물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촉매가 됐으면 한다.


주문정 그린데일리 부국장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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