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여온 모바일 특허전쟁이 다시 확전될 전망이다.
구글과 애플이 지난해 추진한 특허 기업 인수가 조만간 마무리되면서 모바일 운용체계(OS) 진영 간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애플은 지난 주 오랜 침묵을 깨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추가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타협보다는 대결 국면으로 전황이 바뀌면서 특허전쟁 `플랜C` 전략을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허로 OS 패권전쟁=12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와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컨소시엄의 노텔네트웍스 특허 인수를 이달 중 승인할 예정이다. 구글·애플·MS가 이들 기업의 대규모 특허를 인수하면서 특허를 무기로 한 OS 패권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완료하면 1만7000여개 휴대폰 특허를 단번에 보유하게 된다. 애플과 MS컨소시엄 역시 노텔 인수로 6000여개 무선 특허를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빠른 성장세를 견제하려는 애플과 MS의 `특허 동맹`도 가능하다. 구글은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와 연대한 `특허 연합군`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업 간 신경전에서 OS 간 글로벌 전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애플, 전방위 공세 다시 포문=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전쟁은 본안 소송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격렬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두 차례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에 패소하자 애플이 더욱 파상공세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지난 주 미국 산호세 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냈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산호세 법원에 제소한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당한 것에 불복하고 다시 재대결에 나섰다. 유럽연합(EU)에 삼성전자 표준특허 반독점 조사까지 부추기며 전방위로 압박하는 상황이다.
◇표준특허 로열티 규모 새 쟁점 부상=삼성전자와 모토로라가 애플을 상대로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한 것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애플이 프랜드(FRAND) 조항을 내세워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무력화하자 삼성전자와 모토로라가 거액의 로열티로 역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독일에서 애플 특허소송에 승소했지만 프랜드 조항으로 아이폰 판매가 이뤄지자 1조원 규모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 프랜드 조항은 제품 판매를 아예 막을 수 없지만 적절한 로열티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아이폰 판매액 2.25%를 요구했다. 삼성전자 역시 한국법원에서 모토로라와 비슷한 2.4%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폰 업체는 이미 퀄컴 표준 통신특허를 사용하는 대가로 5% 안팎 로열티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로서는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전에서 이겨 `명분`을 챙기더라도 거액의 로열티를 물어내며 `실리`를 잃을 수 있는 셈이다.
애플은 이에 대해 로열티가 너무 과도하다며 `특허 남용` 논리로 맞서고 있다. EU에 반독점 조사도 부추기며 여론전까지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드 조항에 따른 로열티 협상은 당사자 간 협상에 따라 요율이 크게 달라진다”며 “소송전으로 법정 다툼과 달리 물밑에서 협상 전쟁도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