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일어난 NTT도코모 대규모 통신 장애 원인은 한국 통신사의 조언을 흘려들은 탓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시대 데이터 증가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전형적 인재다.
25일 오전 8시 26분 도쿄에서 250만명 이상의 NTT도코모 고객이 데이터 서비스는 물론이고 음성 통화까지 불통되는 사건이 터졌다. NTT도코모가 서둘러 복구에 나섰지만 정상 서비스는 5시간 가까이 흐른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재개됐다.
사고의 직접적 배경은 NTT도코모가 이달 20일부터 교체하기 시작한 신형 교환기 때문이다. NTT도코모는 교환기 한 대에 초당 1200만건의 데이터 신호를 예상, 처리 능력을 1410만건으로 설계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사고가 터진 당시 교환기 한 대에 몰린 데이터는 1650만건. 출근길 고객이 한꺼번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데이터가 급증했다. 결국 교환기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한국 통신사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미리 경고했다. 29일 일본 언론을 종합해보면 이와사키 후미오 상무는 사고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한국 KT로부터 스마트폰 데이터가 예상보다 빨리 증가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고 밝혔다.
인터넷전화(VoIP)나 메신저의 데이터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스마트폰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는 28분에 데이터 신호를 1회 발생시키지만 메신저는 3∼5분에 1회 꼴이다. 문제는 NTT도코모가 KT의 조언을 신형 교환기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본 통신 전문가 이시카와 쓰쓰무는 니혼게이자이에 게재한 칼럼에서 “과거에는 이통사가 데이터 발생량을 제어할 수 있었지만 스마트폰 시대에는 불가능하다”라며 “자유로운 앱 사용이라는 스마트폰의 매력이 통신사에는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NTT도코모의 안드로이드폰 일색 역시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발생량 순위에서 블랙베리가 가장 적고 다음이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순이라고 평가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모두 판매하는 KDDI 다나카 다카시 사장도 “네트워크 부하는 안드로이드폰이 크다”고 말했다.
사고는 마무리됐지만 후폭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야마다 류지 사장을 비롯한 NTT도코모 경영진은 사고의 책임을 지고 감봉을 선언했다. 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일본 총무성은 행정지도에 나설 방침이다.
NTT도코모는 세계 최대 이통사 중 하나며 최고의 서비스를 자부해 왔다. NTT도코모의 통신 장애는 변수가 많은 스마트폰 시대, 준비가 허술한 기업에 얼마나 쉽게 인재가 발생할 수 있는 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