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SW, 이제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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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교수

2011년 이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생태계가 급변한다. 스마트폰과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HP의 PC사업 분사 등 굵직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정부와 국민은 SW 산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 작년 말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공생발전형 SW 육성 정책’이 발표됐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소프트파워 키우기에 분주하다.

 특히 우수한 인재가 SW를 전공하기 위해 대학에 몰린다. 2012년 입시경쟁에서 SW 전공 희망자가 급증하고, 대학도 우수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한다. 성균관대와 한양대를 시작으로 서강대와 고려대도 SW 인재 양성에 가세할 기미를 보인다. ‘서울어코드’나 ‘마에스트로’와 같은 정부 정책이 맞물려 인재 양성을 통한 긍정적인 미래를 준비한다. 사람이 공장이랄 수 있는 SW산업을 위해 다행한 일이다.

 중소 전문기업은 세계 최고 SW를 개발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하드웨어 일변도였던 우리나라 산업이 소프트하게 변하는 모습이다. 특히 자동차·조선·전력·의료 등 SW가 성장동력이 되어 발전할 수 있는 산업과의 IT 융합이 주목받는다. 비록 선진국에서 페이스북·징가·트위터 등 신예들이 등장하고, 애플이나 구글이 전방위 IT서비스에서 놀랄만한 실적을 거두는 것에 비해 ‘조족지혈’처럼 보일지라도 이제 우리나라도 운동화 끈을 묶고 경기장에 나설 준비는 됐다.

 그러나 SW 열풍에도 척박한 시장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대기업이나 정부는 아직도 단순 프로젝트 형태로 SW를 개발해 시장을 정체시킨다. SW 저작권을 보호하는 풍토는 아직도 요원하다. 더욱이 ‘SW 제값주기’는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리는 상황에서 SW 산업 육성은 마치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것처럼 공허하게 들린다.

 우리나라 SW 시장을 성숙시켜야 한다. 어느 정도 인위적인 시도로 인식될지라도 국내 SW 기업이 마음껏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터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SW 시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정부·공공기관의 국산 SW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국산 SW가 지나치게 열악하거나 대체 상품이 없어 외산을 쓰는 경우를 제외하고 국산을 사용하게 해야 한다. 단순한 이유로 국내 SW 사용을 외면한다면 국민 세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책임을 기관장에게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정책은 공염불이 되고, 국민 신뢰도 잃는다.

 불법 SW 사용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불법으로 SW를 사용하는 것은 무단으로 남의 재산을 침해하는 것과 같은 범죄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불법 SW의 사용은 산업 자체를 망가뜨리는 원흉임을 알아야 한다. 정품 SW 사용은 제품 품질 향상과 가격 인하를 동시에 달성하는 지름길이다.

 ‘SW는 ‘싼 게 비지떡’이다. 무료 SW는 품질 향상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과 경쟁자를 함께 무너뜨린다. 적당한 값을 SW에 지불하는 ‘제값주기’ 운동을 제안한다. 지식을 최저 입찰로 구매하려는 무지한 노력은 중단돼야 한다.

 늦었지만 정부·대학·기업이 손을 맞잡고 SW 단초를 풀고 있다. 인재가 몰려들고, 창의적인 SW 연구개발이 시도된다. 미래 경제 기반이 될 SW산업 경쟁력이 증강된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나머지 노력은 시장에 결집해야 한다. 국내 SW 시장이 육성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로 발돋움하는 기업이 속출할 때 우리나라는 진정한 인터넷 강국이 될 것이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ece.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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