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 <12>한 우물 파다가 매몰될 수 있다!

전통적 의미의 전문가는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시사하듯 한 분야에 깊이 있는 경험과 식견,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문제는 이런 전문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전문가와 전문가가 소통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는 데 있다. 즉, 자기 분야에 관해서는 해박한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거나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래 사회를 주도하는 리더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성을 융합하는 창조적 리더다. 전대미문의 새로운 창조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한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한 우물을 파다가 매몰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조가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노력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이질적 정보나 사물을 융합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결과라고 한다면 전문가와 전문성에 대해서도 이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미래의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 깊이 있는 전문성을 보유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 전문성이 자신의 전문성과 어떤 점에서 융합할 수 있는지, 융합으로 창출하고자 하는 지식의 본질과 방향은 무엇인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과 식견이 필요하다. 전문성은 전문가 혼자만의 노력으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전문 분야와 직 · 간접적 영향력을 주고받으면서 관계론적으로 습득되는 능력이다. 전문가는 그것밖에 모른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스스로 만든 높은 벽과 경계를 무너뜨리고 다른 전문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할 때 다른 전문가와는 차별화되는 능통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일수록 자신이 몸담고 분야를 벗어나 주변을 보고 한 눈 파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변을 둘러봐야 자신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알 수 있고, 한눈을 팔아봐야 내가 얼마나 한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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