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곤 지음, 갤리온 펴냄
포스트잇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미국의 화학회사 3M에서 어떤 연구원이 접착제인지 스카치테이프 같은 것을 만들려던 중에 나온 ‘실패작’이라지요. 제대로 붙지도 않으니 그랬을 수밖에요. 그러다가 메모용으로 대히트를 쳤다 해서 마케팅이나 아이디어를 다룬 책에서 자주 나오는 성공사례가 되었다죠.
그 포스트잇에 이런 용도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30대 초반의 교량토목 엔지니어가 손바닥보다 작은 포스트잇에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생각을 담아냈습니다. 이걸 블로그에 실었다가 엮어낸 것이 이 책입니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겪은 일, 여행이나 퇴근길에 본 풍경, 미술관이나 카페, 맛집에서 느낀 감상을 그 ‘실패작’ 포스트잇에 간단한 스케치와 함께 기록했습니다. 당연히 글은 길지 않지만 그림 솜씨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어느 선배의 정년퇴직을 축하하는 글에는 작은 종달새가 쉼표를 기점으로 날아오르는 모습과 함께 “30년 만에 당신의 삶에 찍는 ‘쉼표’를 소중히 보내길 바래요. 직장 생활에는 ‘마침표’이지만 우리 인생에선 ‘쉼표’이기에 희망적인 게 아닐까요?”
이런 포스트잇 아래 어디선가 보았다며 “직장생활은 ‘선택과 선택’. 그리고 ‘선택과 포기’의 연속선상에 있다. ‘선택과 선택’ 사이에는 결단이 필요하고, ‘선택과 포기’ 사이에는 지혜가 요구된다”는 글을 덧붙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2006년 9월 23일엔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구름 사이를 나는 닭을 그려놓고는 “나는 날으는 닭. 아무리 닭이라 해도 오늘도 나는 날아오른다”라고 적었습니다. 아마 누군가에게 ‘닭000’란 핀잔을 들었나 보죠?
로션이 떨어져 아내 것을 쓰려다가 다양한 화장품 이름을 보고는 “~소스는 음식에 뿌려 먹는 것이고, ~토너는 복사기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라며 어리둥절 하는 대목에선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엔 “인생이 수천억 ㎢의 평지로만 되어 있다면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 때로는 바다도 건너고, 산도 넘고, 보트가 뒤집히면 헤엄도 치고 하는 거지”라며 일희일비하지 않기를 다짐하는 걸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성직자나 철학자만 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행복은 그리 멀리 있거나 호사스러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일러주는 책입니다. 어딜 펼치든 따뜻함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 책 속의 한 문장: 살아가면서 때로는 내면의 작전 타임이 필요하다. 맞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 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어떤 회사에는 직원들이 들어가 내면의 작전타임을 갖도록 의자 하나가 놓여 있는 주황색 방이 있다고 합니다. 당신의 주황색 방은 어디 있습니까?
자료제공: 메키아 www.mekia.net/
문의: eBookman@mek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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