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경제문제에 초점을 맞춘 의회 국정연설에서 ‘공정성(fairness)’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를 위한 주요한 성과물 중 하나로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정성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사용하며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위에서부터 바닥까지(from top to bottom) 똑같은 규칙이 적용돼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부자 증세’를 골자로 하는 ‘버핏세’ 도입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특히 연간 100만달러 이상 소득을 거두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30% 세율을 적용하자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내놨다.
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올해 대선을 자신에 대한 평가가 아닌 앞으로 4년간 미국의 미래를 위한 유권자들의 선택이라는 대결 구도로 새 프레임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고 중산층이 재건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가, 아니면 1%를 위한 또 다른 길을 선택하는가 구도로 공화당과의 대결을 유도해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미국 경제회복을 위한 여러가지 방향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미국 기업이 전 세계로 우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더욱 쉽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서명해서 법으로 만든 초당적인 무역협정에서 우리는 계획보다 빨리 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궤도에 올랐다”며 한미 FTA를 비롯한 3개 FTA 서명을 업적으로 부각시켰다. 이어 “파나마, 콜롬비아, 한국에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새로운 소비자 수백만명이 생겨날 것이며 미국 신형차가 서울 거리를 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메시지는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10개월간 공화당에 맞서 오바마 진영과 백악관이 일관되게 이끌고 나갈 대국민 메시지의 기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낮은 지지율과 기대보다 못한 경제회복에 재선 전망이 불투명해진 오바마에게 이날 국정연설은 또 한 번의 반전을 노리는 승부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