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이른 봄 새순을 틔우기 위해 봄이 아닌 겨울에 준비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피는 꽃은 추운 겨울이라는 시련과 역경 속에 꽃눈을 준비한 나무가 피우는 꽃이다. 긴 기다림 속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짧은 기회를 준비한다.
기다림은 길지만 기회는 짧은 순간에 지나간다. 짧은 순간, 순식간에 찾아오는 기회는 긴 기다림 속에서 인고의 시절을 보낸 덕분에 찾아오는 선물이다. 봄은 짧고 겨울은 길다. 짧은 봄을 준비하기 위해 긴 겨울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가을은 짧고 여름은 길다. 짧은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둬들이기 위해서는 긴 여름동안 활화산 같은 열정을 불태워야 한다.
봄은 오행으로 보면 ‘목(木)’이다. 나무가 새싹을 틔우는 시기라는 뜻이다. 여름은 오행의 ‘화(火)’에 해당한다. 불같은 열정으로 신록을 우거지게 만들어야 하고, 작렬하는 태양과 더불어 천둥과 번개 속에 두려움과 공포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시기다.
여름을 열정적으로 보내지 않고서는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 보통 준비기간은 길다. 승리의 환호와 축제는 짧게 끝난다.
준비기간을 짧게 하고 승리의 축배시간을 길게 잡으면 다음 승리는 바로 물 건너간다. 바닥에서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은 기회가 오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바닥은 좌절과 절망,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이 아니라 언젠가 튀어 오를 용솟음과 용틀임을 준비하는 희망의 터전이다.
바닥에서 기어본 사람만이 걸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며, 걸을 수 있는 사람만이 기회가 왔을 때 전속력으로 달려갈 수 있다. 칼을 쓰는 시간보다 칼을 가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그래야 단칼에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고수는 평소에 조용히 칼을 갈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번개처럼 기회를 낚아챈다. 대패질하는 시간보다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오랜 준비 끝에 찾아오는 기회는 순간적으로 다가온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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