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의 ‘따뜻하고 짜릿하게’라는 책에 보면 “내가 무엇을 짊어지고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얼굴’이 아니라 ‘등’이라면, 우리가 무엇보다도 사랑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의 뒷모습”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힘겨운 삶, 우여곡절의 인생, 파란만장한 지난 시절의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면서 살아왔기에 등이 굽는다. 곡선적 삶의 여정이 굽은 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별로 가꾸지 않은 뒤통수와 등은 나보다 남이 더 많이 본다. 뒤통수와 등이 만들어내는 합작품이 뒷모습이다. 앞모습과 다르게 뒷모습은 내가 쉽게 꾸미고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없는 나의 뒷모습에 내 삶의 뒤안길이 담겨 있고 지금 내가 생각하는 고뇌의 흔적이 서려 있다. 미래를 향하는 나의 다짐과 의지도 반영된다.
한 사람의 뒷모습에 그 사람의 인생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통시적으로 연결돼 그림자로 다가온다.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현재 심정과 미래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얼굴에 숨은 젊은 날의 고뇌, 지금 겪고 있는 고통, 그리고 수시로 밀려드는 시련과 역경의 그림자가 뒤통수로 나타난다. 굽은 등과 뒤통수에 담겨진 삶의 뒤안길이 그 사람의 그림자로 따라다닌다.
철모르는 시절 방탕생활을 하고, 정착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로 끝없이 방랑하며, 꿈이 있지만 정확히 그 꿈이 무엇인지를 찾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방황을 한다. 그러나 삶은 방탕과 방랑, 그리고 기나긴 방황 속에서 찾는 방향을 이끌어간다. 긴 곡선의 방황 끝에 짧은 직선의 방향이 달려온다.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궤적은 얼굴을 비롯해 앞모습에도 담기지만 뒤통수와 등을 비롯한 뒷모습에 담긴 삶이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앞모습과 다르게 뒷모습은 내 마음대로 꾸미고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앞모습은 내 마음대로 나 혼자 바꿀 수 있지만 뒷모습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등이 가려우면 등 긁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앞모습을 꾸미고 바꾸어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불행한 삶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삶의 얼룩과 무늬가 아름답게 뒷모습으로 살아나는 행복한 삶을 나누면서 살아가자.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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