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인맨과 세븐, 그리고 리얼스틸의 공통점이 있다. 세 영화 모두 배경으로 풍력발전 단지가 등장한다.
풍력발전기는 가까이 가면 높이 60~70m에 이르는 타워의 웅장함과 40m가 넘는 블레이드 돌아가는 소리에 압도될 정도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는 ‘영화 속 낭만적 배경’으로 그만이다.
국내에도 제주·영덕·대관령·횡성 등에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가 자리 잡았다. 자동차를 타고 제주 김녕 해수욕장에서 성산 일출봉 방향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수십기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운영하는 행원풍력단지다.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고 그 옆에 바람결을 타고 도는 풍력발전기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주에는 행원풍력단지 말고도 월령·한경·중문 등 크고 작은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지금도 새로 들어설 풍력단지(해상풍력 포함) 개발이 한창이다.
제주 구좌읍 일대는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조성이 활발하다. 중장기적으로 제주 전역으로 확산한다.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는 기존 전력망에 IT를 접목해 전력 피크를 분산하기 위해 조성 중이다. 전기 생산이 불규칙한 태양광·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는 주변에 있는 성산일출봉·섭지코지·김녕해수욕장 등과 함께 제주의 트레이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중립섬을 지향하는 제주의 핵심이기도 하다.
영덕·대관령·횡성 등에는 휴가철이나 주말이면 많은 인파가 몰린다. 가족 또는 연인, 친구로 구성한 관광객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가 한적한 시골 농촌에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휴양 레저시설과 주변 먹거리 장터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풍력발전기가 주변 관광지와 더불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 소음과 자연경관·산림훼손을 이유로 지역 주민에게 괄시받던 풍력발전기가 효자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을 지나 시화방조제를 절반 정도 가다보면 시화조력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조금 더 지나 방조제 끝나는 곳에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운영하는 풍력발전기 2기가 돌아가고 있다. 시화호 주변은 중장기적으로 송산그린시티,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유니버설 스튜디오(USKR)가 들어선다. 이 지역은 대부도·제부도·선재도·영흥도와 함께 첨단산업의 중심이자 미래 친환경 관광·레저 복합도시로 거듭난다.
전북 새만금과 부안 지역도 천혜의 관광자원과 신재생에너지가 결합한 신재생에너지 허브화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업체인 OCI가 투자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삼성그룹이 2040년까지 태양전지와 풍력발전기·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부안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기술 실증과 사업화·테마체험 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국내 첫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가 들어섰다. 변산반도 주변의 내소사·채석강·새만금간척지 등 관광단지와 함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다. 전북테크노파크(TP)는 올해부터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와 주변 관광지역을 엮은 결합 프로그램을 만들어 홍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재생에너지를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국민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한다는 포석이다.
정부와 전남도, 그리고 기업들이 함께 조성 중인 서남해 해상풍력단지도 마찬가지다. 각종 민원과 인허가 문제로 늦어지고 있지만 준공되고 나면 주변 관광지와 잘 어울리는 ‘영화 속 낭만적인 배경’이 될 수 있다.
주문정·그린데일리 부국장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