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영하권 날씨에 전력사용량이 늘고 있다. 지난주에는 전력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한 때 정부 및 전력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1월 9일부터 2주간은 정부가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시기다. 국내 전력산업의 보릿고개와 같은 기간이다. 동절기 전력 중점 수급기간을 앞두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인 전력생산에 한창인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를 찾았다.
영흥화력은 2004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9년간 수도권 지역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담당해 온 발전소다. 지금은 총 4기(800㎿×2·870㎿×2)의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수도권 전체 전력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총 설비규모 3.3GW, 대지면적 260만평의 영흥화력 위용은 영흥도 관문인 영흥대교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영흥대교 진입과 함께 345㎸ 송전탑과 발전소 연돌의 수증기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이곳이 수도권 전력생산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5일 동절기 전력수급기간에 들어간 이후 영흥화력발전소는 한시도 쉬지 않고 운전을 계속하고 있다. 6일 방문한 영흥화력 중앙통제실 계기판이 가리킨 발전 수치는 각각 804·804·883·871㎿. 설비 안전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풀가동하고 있었다.
설비 엔지니어들도 한층 바빠졌다. 연일 계속되는 풀가동에 설비 안정성 확보를 위해 평시보다 2~3명 더 많은 인원이 발전소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수시로 설비 정상 작동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16명씩 4개조가 3교대로 근무하는 중앙통제실은 현장 종사자들의 긴장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다. 1~4호기까지의 발전 상태는 물론이고 유연탄 급탄·가스배출·보일러 압력 및 온도 등 모든 상황을 각종 수치와 화면으로 실시간 확인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퇴근을 잊은 지 오래, 식사도 내부에서 해결해야할 정도다. 잠시도 한눈 팔 새가 없다.
각 발전호기별 상황판 아래는 무고장 일수를 나타내는 숫자가 적혀있다. 3호기 상황판 아래에 적힌 글자는 ‘D-19’. 앞으로 19일 뒤면 3호 발전기는 무고장 2년 운전을 달성한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이들의 노력이 느껴진다.
바로 옆 사무실엔 별도의 비상상황실이 갖춰져 있다. 전력수급 상황에 따른 발전소의 유기적 대응이 이곳의 임무다. 12월 5일부터 매일 전력 수요예측과 수급상황·기온·발전현황·특이사항 등을 빼곡히 기록하고 있다.
발전소 옆으로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을 흡수하는 데 사용하는 석회석과 암모니아 저장고들이 줄지어 있다. 전력생산을 위해 유연탄이 연소된 이후 탈황·탈질설비와 전기집진기 등 환경설비를 거쳐 연돌로 뿜어져 나오는 배출물은 순도 99% 이상의 수증기다. 발전폐수는 정제 후 공업용수로, 석탄재는 시멘트 원료와 건축자재로 재사용된다. 영흥화력이 친환경 발전소로 불리는 이유다.
하역부두에는 12만톤급 운송선박이 유연탄 하역을 위해 정박 중이었다. 저탄장에 많은 유연탄이 비축돼 있지만 12만톤 유연탄은 영흥화력에선 4일치 연료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수시로 원료를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발전소 부지 한켠에선 5·6·7·8호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여름 부지 조성이 한창이던 5·6호기는 이미 연돌이 올라가고 발전소 철골 구조도 어느 정도 형태를 드러내 공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음을 알 수 있었다. 7·8호기까지 모두 지어지면 영흥화력의 총 설비규모는 약 7GW에 달한다. 수도권 전체 소비전력의 40%를 담당할 수 있는 양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국내 전력상황을 개선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할 예정이다.
박영진 영흥화력본부 발전운영처장은 “많은 직원들이 퇴근과 휴일을 반납하고 현장 순시를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며 “동절기 수급기간이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를 풍족하게 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