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가 생존 기로에 섰다. D램 시장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재무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만 업체와의 협력과 공적 자금 지원 연장이라는 승부수가 통하지 않는다면 엘피다는 창업 후 최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8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을 종합해보면 엘피다 재건 노력이 막다른 골목에 부딪혔다.
일본에 하나뿐인 D램 업체 엘피다는 2007년과 2008년 합계 2000억엔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실적 부진에 휘청거리는 가운데 2009년 6월 산업활력재생법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300억엔의 공적 자금을 지원 받았다. 4개 은행 공동으로 1000억엔의 융자도 이뤄졌다.
그 후 엘피다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2009년과 2010년 연속 흑자를 냈지만 D램 가격 급락과 엔고가 겹치면서 지난 해 다시 추락했다. 상반기(4∼9월)에만 567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상황은 오히려 악화,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 자료를 보면 지난해 2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엘피다의 점유율은 14.6%로 3위다. 1위 삼성전자 점유율 41.6%와 비교하면 3분의 1에 가깝다. 3분기 삼성전자(45%)와 엘피다(12.1%)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궁지에 몰린 엘피다는 대만과의 2인3각 카드를 꺼냈다. 대만 난야에 지분 교환까지 전제로 한 제휴 협상을 제안했다. 엘피다가 우위를 가진 D램 제조 기술과 난야가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성을 더하자는 청사진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양사 시장 점유율을 더하면 15.7%다.
재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니혼게이자이는 엘피다가 오는 3월 말까지 450억엔 규모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500억엔의 금융권 차입금을 갚아야 하는 시기도 비슷하다. 여기에 4월 2일까지 1100억엔의 공적자금 중 700억엔을 변제해야 한다.
부채 문제 해결의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금융권이 차입금 회수 유보 조건으로 공적 자금 지원 연장을 걸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엘피다가 정부에 산업활력재생법 적용 대상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연장되면 공적 자금 회수도 늦춰진다.
엘피다는 고객에게도 손을 벌렸다. 요미우리신문은 엘피다가 미국과 중국, 대만의 10개 고객사에게 400억엔 지원 의사를 타진했다고 전했다. D램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대금을 미리 내거나 자회사 지분을 파는 방식을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산업활력재생법 연장은 경제산업성과 정부투자은행이 엘피다의 자구 계획을 검토한 후 결정한다. 대만과의 제휴가 단시간 내에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를 설득할 명분이 부족하다. 결국 대만과의 제휴와 공적 자금 지원 연장, 자금난 해소가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이다.
◇엘피다 손익 추이
자료:일본증권거래소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