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목숨 걸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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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여파로 중·고교생 자살 기도가 하루에 세 차례나 발생했다. 광주 북구 한 아파트에서 A(14)군이 난간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모 아파트에서도 중학생 B(14)군이 투신해 숨졌다. 광주 북구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고교생 C(17)군이 뛰어내렸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3명 모두 성적이나 교우관계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학업을 이어가던 한 대학생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끊었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한 고시원 앞에 신모(29)씨가 숨져 있는 것을 친구가 발견해 신고했다. 그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휴학생으로 최근 1년간 월세 25만원짜리 고시원에 살면서 만화방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신씨가 신변을 비관한 나머지 고시원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던 A(27·여)씨가 경영난과 진로 문제 등으로 고민한 끝에 매장 창고에서 목을 매 숨졌다. 항공사 승무원을 지망했던 A씨는 입사에 실패한 뒤 매장을 차렸으나 경영이 제대로 되지 않자 우울증세까지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60대 사업가 A씨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했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무실에는 ‘고마웠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말과 사후 회사 업무처리 내용 등을 담은 유서가 발견됐다. 전기설비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원청회사 부도로 공사대금을 수개월째 받지 못해 대출로 어렵게 회사를 운영하다가 힘에 부쳐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말연시에 일어난 사건·사고들이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는 이미 입시지옥이 돼버린 지 오래다. 학생들은 공무원 또는 대기업 간부로 평생 직업을 보장받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공부한다. 그래서 주변에 친구는 없고 경쟁자만 존재할 뿐이다. 모두가 대학에 가다 보니 25~34세 한국인 가운데 대학 졸업자가 63%에 이르고 대졸 취업률은 갈수록 낮아진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1~2009년 매해 평균 대학생 2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초·중·고등학생 자살자보다 많은 숫자다. 취업 대신에 창업을 하면, 이때는 정말 가족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 수십년간 잘 나가던 사업가도 왜곡된 하청·재하청 구조 속에 한방에 엎어지기 일쑤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한방으로 결판나는 사회(Korea, The one-shot society)’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에서 “모든 것이 단 한방에, 인생의 성패가 결정되는 분위기에서 한국인들은 잠재력을 십분 발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도 이제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고 다른 국가를 모방해서는 더 이상 고속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역동성이 떨어진 인구 구조와 기계적 학습을 중시하는 교육제도로는 창의적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기적의 나라로 남아 있으려면 긴장을 풀고 성공으로 가는 수많은 길을 열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려면 목숨 걸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결사적으로 노력해도, 생각하는 것만큼 자신의 삶을 관장하지 못한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결과가 일어나는 경우도 드물다. 대학에 떨어지고, 회사를 운영하다 쫄딱 망해도 그 자체가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는다. 모든 일에 목숨 걸며 자신을 너무 다그치지 말자. 2012년 새해, 우리는 살아있기에 정말 행운아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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