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에서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을 직접 수신하던 1만9518가구에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중단한 지난해 6월 29일, 제주지역 아날로그 지상파 직접 수신 시청자는 일대 혼란을 겪었다. 컨버터 사용법을 알지 못해 아예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에 가입하는 가구까지 발생했다.
자막고지 등으로 몇 달간 홍보를 했지만 총 추청 세대 중 10%가 지상파 디지털TV를 직접 수신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에 앞서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한 울진·강진·단양에서는 중단 당일 미전환 가구가 20%가량 집계됐다.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전국의 아날로그 방송 직접 수신 가구는 97만5000세대다. 이 중 20%는 19만5000세대, 10%는 9만7500세대다. 시범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약 10만~20만세대가 방송을 보지 못해 애를 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디지털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방법을 시청자가 잘 모른다는 점이다. 지난 한해 동안 제주 DTV 전환 지원센터로 걸려온 3만3717통 중 디지털 방송 시청문의(5669건)와 디지털컨버터 사용방법(4041건), 설치 문의(1833건)는 1만1543건에 달했다.
디지털 방송 직접 수신을 하려면 극초단파(UHF) 대역 안테나와 디지털TV가 필요하다. 기존 아날로그TV로 방송을 보려면 디지털TV 수신용 컨버터가 있어야 하는데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지금처럼 TV 광고와 오프라인 캠페인만 해서는 인지율이 떨어진다.
디지털 전환에 대해 알게 되더라도 안테나나 컨버터를 구하기도 마땅치 않다. 현재 안테나·컨버터를 살 수 있는 곳은 인터넷 오픈마켓과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의 ‘디지털마당’ 홈페이지 밖에 없다. 정부에서 가전제품 대리점에서 TV를 판매할 때 안테나를 함께 비치해서 팔도록 할 계획이지만 아직 실시되지 않고 있다.
컨버터를 받아 놓고도 설치 방법을 모르는 것도 상당수였다. 안테나·컨버터를 판매할 때 충분한 사전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지원센터 인력을 늘려서 안테나, 컨버터 설치를 돕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가구가 많은 국내에서는 아날로그 공시청 안테나 설비를 디지털로 교체해야 한다. 2009년에야 디지털 방송 이중배선이 의무화돼 단독배선 아파트는 주민들이 공시청 시스템에 투자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 문제가 걸림돌로 지적된다.
제주의 경우 시청자들이 방송이 끊기기 직전인 6월에야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대비했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문의 전화는 6월 1만7609통, 7월 1만2912통이 걸려와 이전 달(8548건)에 비해 두 배 넘게 폭증했다.
지난달 강진에서 실시한 채널재배치 작업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가정에서 일일이 TV 채널을 재검색(설정)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정부 홍보만으로는 디지털 전환 사업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홍보에 적극 동참하고 디지털TV 제조사가 안테나를 끼워 파는 등 민간 부문의 협조도 절실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