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대행사(미디어렙)법안이 한나라당이 제시한 안과 다를바 없는 내용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공정경쟁 틀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마저 문방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방송 시장이 ‘정글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2일 방송 업계에서는 1일 새벽 문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미디어렙 법안이 중소 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보호 규정을 담지 않은데다 실질적으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독자 영업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상파 미디어렙 계열 PP를 지상파와 연계판매하도록 허용하는 법안 때문에 중소·개별PP 업계에서는 약 1000억원의 광고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미 “민영 미디어렙 도입, 종편 PP 등장만으로도 PP업계 숨통은 이미 짓눌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MBC를 공영 미디어렙에 포함시키고 SBS에도 지주사 출자 금지, 지분 소유 40% 제한 규제를 했지만 광고 쏠림 현상은 더욱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편 채널에 승인일(승인장 교부일)로부터 3년간 미디어렙 관련 사항을 유예해 준 것도 방송 업계에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종편 사업자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으로 영업을 시작해 새해 방송은 물론이고 미디어 업계 전체에서 3000억~4000억원가량의 광고 수익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편이 미디어렙 체제에 편입되는 3년 후까지 중소 미디어 사업자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가능성이 크다.
중소PP 같은 매체가 힘을 잃으면 결국 경쟁을 통해 미디어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하지 못하는 경우다. 새해 들어 이미 4월 총선, 12월 대선 정국으로 들어선 국회가 문방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열어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련된 법안이나마 없으면 경쟁의 기본 룰조차 없는 무법 상태에서 지상파·종편 채널이 영업을 하게 된다.
중소방송사 한 관계자는 “법안을 통과시켜놓고 시행령 등에서 공정 경쟁의 틀을 다듬을 수도 있다”며 “국회에서 지난해 연내 입법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조속하게 법안 처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