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인기상품에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인기 상품은 그 시대 조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기능성 제품이 주목받은 것이 아니라 그 시대 경기상황, 사람들 주된 관심사, 시대 키워드까지 모두 반영하는 게 당대 히트상품이다. 그 시기 특징을 대변하는 음악이나 문학작품이 있는 것처럼 인기상품도 그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사회적 분위기를 파악해 제품 제작과 디자인에 적극 반영한다. 그 시기에 소비자들의 주된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소구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잡을 수 있을 지를 고민해 내놓은 것이 주력 제품이다.
전자신문이 선정한 ‘2011 하반기 인기상품’에서는 전문분야에서 최고의 품질을 과시한 상품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좋은 기능에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잘 읽어낸 상품들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전문가와 분야별 전문기자의 추천까지 반영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적시에 출시돼야 ‘히트 제품’=올 한해 각광받은 3DTV. 하지만 고화질 입체 영상을 제공하는 이 상품도 제임스 영화 ‘아바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상품이 아닌 기술 단계에 머물렀을 수도 있다. 수년 전부터 업계에서는 3D 기술과 제품을 연구해왔지만 이것이 실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적정한 때가 맞아야 했다. LED TV 역시 세계적 기술 트렌드 ‘녹색’과 맞물려 소비자들을 만날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
가전제품도 네트워킹, 스마트그리드 등 시대정신을 반영해 ‘스마트 가전’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의 경기상황과 무관하게 사랑받는다는 논리는 업계의 신제품 개발 욕구를 끝없이 자극하고 있다.
기술과 제품의 혁신성만으로 시장 자체를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부족한 때 독창적 모델로 등장해 시장을 직접 창출한 대표적 아이템으로 손꼽히고 있다.
품질우선주의도 개발자, 제조자 중심이어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좋은 성능을 갖췄어도 이용자들이 필요 없다고 느끼거나, 작동법이 복잡하다는 인식을 주게 되면 진정한 명품 반열에 오를 수 없다. 시대 요구보다 너무 앞서 출시돼 사장된 제품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One For All’-다기능으로 융합시대 잡아라=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이 결합하는 융합시대에는 품질이 더 중요해진다. 융합 트렌드에서 주목받는 상품은 다양한 기능을 흡수해 하나의 기기가 여러 기능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똑똑한 스마트폰은 디지털카메라·보이스레코더·전자사전·전자수첩·내비게이션 역할을 혼자서 해낸다. 그냥 그런 기능의 상품은 더 이상 시장에서 주목받기 쉽지 않다.
상품만이 아니다. 서비스의 질도 복합화, 양방향화되고 있다. 유선통신 서비스와 무선통신 서비스는 더 이상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여기에 통신과 방송의 융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TV는 더 이상 단품이 아니다. 최고의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직접 제공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스마트TV로 대접받을 수 있다.
서비스 사업자뿐만 아니라 디바이스 제조업체도 여러 서비스를 잘 융합한 결합상품과 최적화된 서비스 질로 승부해야 한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융합 시대에는 다수의 그저 그런 상품보다 똑똑한 하나의 상품이 부각되게 마련”이라며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가 아니면 앞으로는 더 이상 인기상품이라 불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인기상품은 고객이 원하는 성능을 제시해야 한다. 디자인이 좋아야 하고 기능도 유사 제품보다 다양하거나 앞서야 선택을 받기 쉽다. 여기에 기업과 브랜드가 좋은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인기상품의 최우선 덕목은 역시 기기나 서비스의 기본 품질이다.
◇눈여겨볼 중소기업 ‘다크호스’ 제품=이력이 짧고, 실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기나 선거에서 뜻밖의 변화를 줄 수 있는 후보군을 ‘다크호스’라고 부른다. IT업계에도 수시로 다크호스가 등장하면서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줘왔다.
올 하반기 인기상품에서도 여러 다크호스가 눈에 띈다. B2C 상품이 아니라서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통신장비와 기업용 솔루션 가운데는 이미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제품이 적지 않다. 시장에서 인지도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이 성능에서는 최고로 인정한 중소·벤처기업 제품들도 전자신문 ‘2011 하반기 인기상품’에 뽑혔다. 현재 가치보다 미래 기대치가 높은 제품군을 시장에 소개하자는 취지에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