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울진원전 1호기가 운전을 정지한 데 이어 24시간도 안 돼 고리원전 3호기가 정지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4일 오전 8시 30분께 발전기 이상신호로 고리원전 3호기의 운전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발전기는 터빈 회전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설비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기술원과 공동으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다.
연이은 원전 운전정지에 동계 전력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울진원전 4호기 긴급정비를 시작으로 고리원전 3호기까지 이달에만 운전을 정지한 원전이 3기나 된다. 설비규모로는 총 300만㎾다.
울진원전 4호기는 원자로 열을 증기발생기로 전달하는 전열기 손상으로 긴급복구에 들어가 내년에나 재가동이 가능하다. 13일 터빈을 돌리고 나온 증기를 물로 냉각시키는 장치(복수기) 기능 저하로 멈춘 울진원전 1호기는 14일 중으로 재가동할 예정이었으나 고리원전 3호기가 연이어 정지하면서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한국전력과 한수원은 비상태세에 들어갔다. 한전은 전력수급 위기 발생에 대비해 14일부터 동계 비상수급대책상황실 운영에 들어갔고 수요관리로 100만㎾의 전력을 줄이기 위해 전국 사업소별로 약정고객 전담직원 100여명을 급파했다. 동절기 비상전력수급기간에 발생한 연이은 악재에 한수원은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최승경 한수원 홍보실장은 “내부적으로 비상회의를 소집해 대책반 구성 및 재발방지 대책 등 논의절차에 들어갔다”며 “최대한 빨리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를 울진과 고리에 파견해 가동중단 원인과 안전성을 검사하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기술적인 안전성을 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끝난 뒤 원안위에서 조사결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고 가동 승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의 눈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판이다. 본격 추위가 오지 않았지만 원전 3기가 전력공급원에서 빠지면서 전력예비율은 14일 기준 10%대 밑으로 떨어졌다.
설비용량 300만㎾에 달하는 울진 1·4호기와 고리 3호기 운전정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전력수급 마지노선으로 긋고 있는 400만㎾의 4분의 3이 전력계통에서 빠진 상황이다.
정부가 항시 확보하려는 운영예비력 400만㎾는 원전 2기 불시정지 200만㎾, 석탄화력 2기 불시정지 100만㎾, 수요급증 100만㎾를 염두에 둔 수치다. 13일과 14일 양일 발생한 울진 1호기와 고리 3호기 정지는 훈련으로만 연출하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전력수급 비상대책 기간에 일어난 일로 그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은 “비상수급 기간에 원전 2기가 멈춘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사후약방문이 아닌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하고 필요하면 국회 상임위를 열어서라도 철저한 원인 규명과 겨울철 난방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은 원자로 등 핵심설비가 아닌 주변설비 문제로 심각한 사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대한 빠르게 원인을 파악해 재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두 원전의 전력계통 연동이 언제가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경부 원전산업정책과 관계자는 “핵심설비에 이상이 발생한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원인조사 후 재가동 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사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도 조사 마무리 시점에는 확답을 못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에는 불시정지했을 때 사소한 원인은 재가동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됐지만 지금은 모든 불시정지에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정지 원인의 심각성을 떠나 모든 사안이 승인 대상이 된 만큼 한수원은 원전 불시정지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핵심설비 고장이 됐든 단순 신호오류에 따른 고장이 됐든 100만㎾의 원전이 정지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원전 발전정지 일지
윤대원·조정형기자 yun1972@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