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72> 크리

 치명적인 타격이나 영향을 미치는 일.

 ‘치명적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 ‘크리티컬’(critical)의 준말이다. 안 좋은 일이 설상가상 연이어 일어나는 상황을 말하기도 한다. 대부분 인터넷 표현이 그렇듯 차츰 의미가 변용·확장돼 별 의미 없는 단순 강조 어구로 쓰이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특정인을 인신공격하거나 저작물을 불법 공유하다간 ‘고소 크리’를 당할 수 있다. 죄질이 무거우면 ‘구속 크리’가 터지기도 한다. 대학 생활 낭만에 취해 공부를 게을리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만 마시면 ‘학사경고 크리’가 발생한다.

 기자가 급작스런 기획기사를 떠맡아 ‘마감 크리’를 당하면, 서둘러 기사 쓰다 ‘오타 크리’가 터질 수 있다.

 이 표현은 온라인게임에 본래 능력 이상의 타격을 입히는 기술, 혹은 그렇게 입은 타격을 말하는 ‘크리티컬 히트’ 또는 ‘크리티걸 데미지’에서 유래했다. 게임 중 특정 조건과 환경이 맞아 떨어지면 공격력이 배가돼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critical) 피해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예기치 못한 심각한 타격을 뜻하는 ‘크리티컬’이란 표현이 등장했으며 차츰 ‘크리’로 줄여 쓰이게 됐다.

 여러 ‘크리’ 중에서 특히 ‘병신 크리’는 종종 ‘병크’로 줄여 쓰이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흔히 ‘대책 없는 찌질이’ 정도의 뜻으로 쓰이는 ‘병신’과 ‘크리’를 결합, 어처구니없이 병맛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한나라당은 잇따른 삽질과 불통 이미지로 재보선 선거에서 고전했는데, 국회의원 비서관의 선거관리위원회 DDoS 공격 ‘병크’까지 터뜨려 해체 논의까지 나오는 상황에 몰렸다. 사귀던 여성 연예인과 헤어진 후 음란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행위는 뭐라 변명할 수 없는 ‘병크’라 하겠다.

 글로벌 LED 기업 ‘크리’(Cree)와는 무관한 단어다.

 

 * 생활 속 한마디

 A: 16년 연습생 생활 끝에 32인조 아이돌 그룹 멤버 데뷔하려는데 입대 영장 크리 터졌어요.

 B: 안습 크리 작렬이네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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