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미 유럽과 북미 이동통신사들은 `무제한 데이터` 폐지와 이동통신망 품질보장(QoS, Quality of Service)을 통해 합리적인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놓는 추세다.
실제로 미국의 네트워크 트래픽 관리 솔루션업체인 앨럿커뮤니케이션즈가 2011년 3분기까지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이동통신사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살피면, 데이터 무제한은 적정량을 이용하는 사용자와 대역폭을 독점하는 일부 헤비 유저에게 동일한 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공정한 사용 정책(Fair Use Policy)`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데이터 무제한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헤비 유저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통계 자료에서도 잘 나타난다.
전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의 유형별 요금제 제공 비율에 따르면 데이터 무제한의 경우, 공정 사용 정책을 적용하고 있는 이동통신사가 25%에 달했지만 무조건 데이터 무제한을 제공하는 곳은 13.5%에 그쳤다. 데이터 무제한은 지속 가능한 요금제가 아니라는 것이 속속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 유럽의 선택 `데이터 종량제 요금`
데이터 무제한을 가장 먼저 시작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미 관련 요금제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유럽에서 모바일 인터넷 분야 경쟁이 가장 치열한 영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데이터 무제한을 적용해왔고 통신 정책 기조도 `소비자 최우선`이 중요시된다. 하지만 지난 6월 영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O2는 데이터 무제한을 결국 폐지했다. 일부 헤비 유저의 데이터 트래픽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다.
O2는 데이터 폭증으로 인해 꾸준히 문제를 겪어왔고 작년 12월에 CEO가 네트워크 소비자 불편에 대해 직접 사과까지 했다. O2 로난 던 CEO는 "데이터 무제한을 포기하는 것은 부득이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효율적으로 데이터 수요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O2의 데이터 무제한 폐지는 앞서 언급한 `소비자 최우선` 통신 정책에도 부합된다. 영국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어떤 사업자의 행위에 영국의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을 때 엄격히 규제하거나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도 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무제한 데이터 폐지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 헤비 유저가 대다수의 선량한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데이터 무제한 폐지가 곧 `소비자 최우선`이라는 통신 정책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물론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하는 것은 네트워크 투자를 확대하지 않고 소비자 편익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있다. 영국은 한국과 달리 주파수 경매 문제로 인해 아직 4G 롱텀에볼루션(LTE)이 서비스되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은 데이터 무제한이 아직 폐지되지 않고 있으면서 각 이동통신사들이 LTE로 가입자를 분산시켜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고 있다. 영국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더 나은 셈이다.
■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선도 업체가 나서야
현재 유럽은 O2를 포함해 보다폰, 오렌지, T모바일, 텔리아소네라 등 여러 이동통신사업자들이 활동중이다. 유럽연합은 유럽 내 이동통신사간 경쟁을 활성화하고 망 고도화를 위해 적극적인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무제한 데이터를 폐지하지 않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 이동통신사의 트래픽 관리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LTE를 상용화한 텔리아소네라(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는 속도와 용량에 따라 LTE 요금이 나뉜다. 중간급, 대용량, 토털4G 등 3가지 상품에 지원되는 속도는 각각 5∼10Mbps, 10∼20Mbps, 10∼80Mbps다. 용량은 중간급 10GB, 대용량 20G, 토털4G는 30GB이고, 중간급과 대용량은 기본료 외에 옵션 요금(100크로나, 한화 약 1만 6,000원)을 내야 LTE를 쓸 수 있다.
용량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요금제에 관계없이 최대 75Mbps 속도를 보장하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LTE와 사뭇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제공하는 데이터량이 다르면 속도도 차별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해외 대부분의 이동통신사가 펼치는 요금제 정책이다.
무제한 데이터로 인해 투자 여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들도 합리적인 범위라면 속도나 용량 제한 등의 네트워크 통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무제한 데이터 폐지는 물론 데이터 상한제 도입과 같은 1% 일부 헤비 유저를 QoS를 통해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사에게 데이터 무제한 폐지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고양이 목에 방을 달기`나 마찬가지"라며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이 선도 업체로써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결단이 필요하지만 LTE 가입자 증가와 3G 망고도화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어 KT, LG유플러스의 속을 바짝 태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환 이버즈 기자 shulee@ebuz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