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66> 이러다 ~할 기세

 어떤 발언이나 주장, 외모, 행동 등을 장난스럽고 과장되게 묘사하는 말.

 대상이 되는 말이나 행동 등과 연관이 있으면서 좀 더 과장된 표현을 끌어와 ‘이러다 ~할 기세’라 하며 대상을 희화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말이나 행동이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일반적 기대치를 뛰어넘을 때, 가볍게 그런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회사 근처 카페에 자주 드나들며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동료들에게 ‘이러다 카페에 출근 도장 찍을 기세’라는 말을 듣는다. 시사 이슈에 대한 분석이랍시고 블로그에 근거 없는 뇌내 망상을 풀어놓으면 ‘이러다 등단할 기세’라는 댓글을 보게 된다.

 고운 새를 연상시키는 깃털 드레스를 입은 한효주의 사진 기사엔 ‘이러다 승천할 기세’라는 설명이 붙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겠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의욕 앞에 네티즌들은 ‘이러다 세계 인터넷을 다 첨삭 지도할 기세’라며 그 패기에 감탄했다.

 밤 12시 이후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를 관철하고, 가사에 술·담배란 말만 들어가도 청소년 유해 매체 판정을 내리는 여성가족부에는 ‘이러다 정말 건전 사회 이룰 기세’라며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은 셧다운 적용 예외로 한다는 방침이 전해지면서 ‘건전 사회는 우리 나라 안에서만 해당되나 보다’며 실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표현은 ‘기운차게 뻗치는 형세’, 혹은 (‘-ㄴ’, ‘-ㄹ’ 관형사형 뒤에 쓰여) ‘남에게 영향을 끼칠 기운이나 태도’라는 ‘기세’(氣勢)의 사전적 의미에 바탕을 둔 표현이다. 재미있는 내용에 대해 동감을 표하거나 맘에 들지 않는 글을 위트 있게 비꼴 수 있는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어 인터넷에서 인기가 높다.

 

 * 생활 속 한 마디

 A: 잡스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폰5와 애플 아이TV를 고민하다 가셨다네요.

 B: 이러다 정말 휴대폰, PC, TV, 자동차까지 연계된 아이홈 나올 기세네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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