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일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
엔지니어링의 축제의 마당 국제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FIDIC) 콘퍼런스가 이달 2일부터 3일 동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번 콘퍼런스 주제는 ‘컨설팅 및 엔지니어링 산업의 미래전망’이었다. 84개국에서 약 750명의 엔지니어링 전문가가 참석한 세계적 행사였다.
FIDIC가 세계적인 엔지니어링단체로 위상을 더하기까지는 100여종의 발간자료가 말해준다. 이들 자료는 주로 계약에 대한 절차서, 클레임 해결방안 등으로 세계적으로 엔지니어링은 물론이고 EPC 등 플랜트, 공사, 심지어 제작 관련업종뿐 아니라 월드뱅크(WB) 등 국제금융기관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FIDIC 컨설턴트 선정방식에서 일관된 정책은 기술우위에 의한 업체 선정이다. 복합적이고 난이도가 높은 엔지니어링사업은 QBS(Quality Based Selection)방식을 준용토록 권고하는데 이는 순전히 기술만을 고려한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적은 엔지니어링사업은 QCBS(Quality Cost Based Selection)로 기술과 가격 배점비율을 80 대 20 수준으로 가격 비율은 20점을 초과하지 않는다. 즉 기술을 업체 선정의 중요한 요소로 보는 것이다.
국내 입·낙찰 현실은 어떠한가. 대부분 적격심사에 의한 낙찰로 운찰제(?)다. 운에 의해 업체가 선정되고 있다. 물론 일부 사업은 협상계약방식을 적용하기도 하나 종종 낙찰가는 최저 제한선인 60%로 덤핑 낙찰되고 있다. 턴키사업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달리 기술과 가격 배점이 50대50으로 상대적으로 기술배점비율이 낮은 탓에 엔지니어링 기술 퇴보의 단초가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운찰제 또는 기술점수에서 낮은 배점비율은 기술적 차별화를 배제, 기술 수준이 거의 유사한 업체를 양산하게 된다. 결국 덤핑 등 가격경쟁을 유도해 부실화로 이어지게 된다. 또 낮은 처우 등으로 이공계 우수 인력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해외진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흔히 엔지니어링은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한다. 첫째는 부가가치율이 56%로 IT업종 50%보다 높고 건설업 21%에 비해 훨씬 높은 지식서비스산업이다. 둘째는 엔지니어링 비중이 전체사업비 중 약 5%밖에 안 되지만 최종 성과품 품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셋째는 설계단계에서 기자재사양을 결정하기 때문에 국산기자재 활용 측면에서 외화가득효과 선봉역할을 수행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엔지니어링 등 지식서비스산업 육성을 국가경쟁력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국가 산업구조 선진화를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지식서비스 발전을 중요한 성공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엔지니어링산업발전방안에서 2020년까지 세계 7대 엔지니어링강국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2015년까지 R&D 분야에 약 1조원 투자, 고급인력 20만명 확보 등을 목표로 제시한바 있다. 최근에는 그 실천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이러한 정부지원은 글로벌경쟁력 확보라는 명제의 해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정책, 제도가 있더라도 발주기관과 업체 간의 합리적인 계약문화, 업체 스스로의 자기혁신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구호성에 그칠 것이다.
최근 애플 스마트폰 등장으로 국내외적으로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는 내용을 접한바 있다. 지금이라도 엔지니어링, IT 등 지식서비스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신속하게 실행해야 정부가 목표하는 세계 7개 엔지니어링강국으로의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himoon@ken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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