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지난 주말 만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MS’간 새로운 협력 프로젝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빌 게이츠 MS 명예회장은 지난 주말 이명박 대통령과 환담에서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의 최지성 부회장과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오늘 만나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과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태블릿(스마트패드)를 개발코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최 부회장과 발머 회장의 만남은 2008년 이후 3여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과 MS는 한 때 ‘윈-텔 동맹’의 일원으로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어왔으나 MS의 모바일기기 운용체계(OS) 대응이 늦어지면서 관계가 다소 소원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20여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MS ‘윈도폰’은 단 1종만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최 부회장과 발머 회장이 직접 만나면서 양사의 파트너십은 다시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이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로 ‘안드로이드’ 대항마가 시급해졌고, MS도 새로운 모바일 OS 출시에 맞춰 강력한 하드웨어 파트너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MS의 윈도8 발표회에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스마트패드 파트너사로 참여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혀 양사의 협력이 상당부분 진척됐음을 시사했다.
최 부회장과 발머 회장의 이번 만남이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앞둔 시점에 이뤄진 것도 주목된다. 내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라인업에 ‘윈도’ 비중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사의 협력은 우선 스마트패드에서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독일 가전전시회 IFA 2011에서 ‘윈도7’ 기반 스마트패드인 ‘슬레이트PC’를 내놓고 윈도8 버전으로도 내년 3분기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노트북PC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는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MS와 손잡고 기회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윈도8 기반 스마트패드는 MS 윈도가 장악한 PC와 호환성이 뛰어나다.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패드가 여전히 애플 ‘아이패드’의 아성을 깨뜨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대항마로 내세울 수 있다. 남성우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와 관련 “윈도8 기반 슬레이트PC는 삼성전자 PC 전체 판매량의 30%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윈도8는 윈도7에 비해 보다 모바일기기에 최적화돼 무게와 같은 하드웨어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옴니아2’ 이후 사실상 중단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의 협력도 다시 온기가 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북미와 유럽에 한정해 출시할 ‘윈도폰’을 내년부터는 한국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고 모델 수도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시애틀(미국) =정지연 기자, 장지영 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