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인기로 글로벌 내비게이션 업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 구글맵 등 무료 지도 서비스를 응용한 내비게이션 앱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내비게이션 대신 스마트폰을 찾기 때문이다.
톰톰, 가민 등 글로벌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했던 기업들은 최근 내비게이션 판매 급감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 최대 내비게이션 업체인 톰톰은 2분기에 7억530만달러 적자를 냈다. 회사 측은 2008년 지도업체 텔레아틀라스를 인수할 때 쓴 비용으로 7억4300만달러를 상각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주력 사업인 내비게이션 판매 부진이 뚜렷했다.
톰톰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3%가 떨어진 4억4500만달러인데, 내비게이션 부문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나 급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진 이유를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에서 구글맵과 같은 무료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하면서 더 이상 내비게이션을 찾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톰톰은 차량에 빌트인 내비게이션 확대와 비즈니스 솔루션 판매 강화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빌트인 매출은 전년대비 34%,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 매출은 12%가 올랐지만, 이 분야 강화를 위한 뚜렷한 계획도 내놓지 못한 상태다.
톰톰 경쟁자인 가민 역시 위기다. 북미 시장 강자인 가민은 2009년 이후 매출이 해마다 8~10%씩 줄었다. 2분기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3%가 떨어진 6억3300만달러다. 가민은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늦어 기회를 잃었다.
올해 들어서 뒤늦게 스마트폰 앱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독일 GPS 사업자 내비곤을 인수해 가을쯤에는 혁신 계획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톰톰, 가민과 함께 내비게이션 업계 강자로 꼽히는 대만 미탁인터내셔널은 사업 분야를 올인원 PC와 m헬스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미탁인터내셔널은 2008년 GPS 업체 마젤란 소비자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내비게이션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요 시장조사 업체는 내비게이션 시장이 올해 정점을 찍고, 지속적인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했다. ABI리서치는 올해 내비게이션 판매가 4200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에는 3000만대로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베르그인사이트는 2015년에는 현재 내비게이션 80%를 스마트폰이 대체한다고 내다봤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