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현대자동차 그랜저TG LPI를 구입한 L씨는 지난달 그렌저TG 인터넷동호회에 울분을 토해냈다. 차량이 시동이 잘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사고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 몇몇 동일 차량 소유자들은 L씨의 의견에 동조했다. 현대차는 차량소유자들의 이런 불만이 끊이지 않자 이달 1일부터 무상수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L씨는 이미 문제가 됐던 인젝터 4개를 32만원을 들여 교체했다.
이번에 현대차가 무상수리를 해주겠다고 밝힌 모델은 2005년 12월 31일부터 2007년 11월 13일까지 생산된 그랜저TG LPI다.
하지만 이 기간 출고된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이미 시동불량에 대해 인터넷동호회와 한국소비자원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지난달 18일 동호회 게시판에는 시동불량에 관한 위험천만한 경험담이 올라왔다. Y씨는 내리막길에서 가속페달에 발을 떼자 시동이 갑자기 꺼졌다며 아찔한 순간을 가까스로 면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차주는 지난달 7일 시동을 걸 때 차체가 심하게 떨리는 현상을 생겨 서비스센터에 무상수리를 요구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하자 한국소비자원에 현대차를 고발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4월 9일부터 같은 달 24일까지 접수된 34건의 그랜저 TG LPI에 대한 신고는 2006년형 20건, 2007년형 10건, 2008년형 4건이며 평균 11만7600km를 탄 차량에서 시동불량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현대차에 시정권고 명령을 내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물질 유입(타르)에 의한 연료 분사 불량으로 인젝터 벨브 니들 주위 타르 퇴적 현상이 발생했다"며 "시동불량 보완대책으로 밸브 시트 부위를 강화하는 DLC(Diamond Like Carbon)를 적용, 내부식성 및 내마모성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해당 차량에 대해 1회에 한해 인젝터 클리닝을 실시하고 클리닝 후에도 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해당 부품(인젝터)을 1회에 한해 교환하는 무상수리를 실시하기로 하고 이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무상수리 기간은 올해 7월 1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다.
그러나 문제의 모델을 소유하고 있는 C씨는 "시동불량 문제는 2007년부터 꾸준히 회원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며 "현대차는 소비자원에서 권고조치를 내리기 전에 이미 무상수리에 들어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NF 소나타 LPI, 뉴카렌스 LPI, 로체 LPI 등도 비슷한 현상에 대해 조치한 전례가 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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