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반도체 강국을 목표로 한 시스템IC 2015사업이 닻을 올렸으나 당초 계획에 비해 예산이 반 토막 났다. 연간 예산은 150억원에 불과하다. 올 초 지경부, 미래기획위원회 등이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과 달리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최근 시스템IC 2015에 대한 수요조사를 시작으로 사실상 사업에 착수했다.
시스템IC 2015는 올해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대규모 R&D 프로젝트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3년간 민간 투자를 합해 4600억원을 투입했던 시스템IC 2010에 이은 후속과제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스템IC 2015에 매년 투자하는 예산은 150억원 정도다. 13년 동안 정부 자금 총 2376억원(연 평균 182억원)이 투입된 시스템IC 2010에 비해서는 물론이거니와 미세공정으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상승 분을 생각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반도체 설계에서 빠질 수 없는 반도체설계자산(IP) 개발 항목 등이 과제 범위에서 빠지면서 예산 규모가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사업이 기획될 당시에는 총 5000억원 규모로 논의가 진행됐으나 결국 절반에 못 미치는 예산이 책정됐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수요조사를 마치고 시스템 IC 2015의 세부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다. 핵심 과제 3~4개가 5~6개의 세부과제로 나뉘어 운영되는 형식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등이 핵심과제로 거론된다. 투입자금은 대폭 줄어 과제당 민간투자금액까지 합쳐도 100억원을 넘기기 힘들 전망이다.
최근 시스템반도체는 시제품을 한번 제작하는 데에만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것 소요된다. 다만, 예산 규모가 작다보니 공정기술은 별도 과제로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가장 기대를 걸었던 장기 R&D 예산마저 턱없이 낮게 책정되자,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정부 투자가 앞으로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형 R&D 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한 예산도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시스템반도체진흥센터와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가 진행하는 인력양성사업 예산은 2005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2005년에는 시스템반도체진흥센터의 아카데미 예산만 144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예산은 두 기관을 합쳐도 58억원에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부가가치가 높고 시장이 넓은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외치지만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며 “R&D와 인력양성은 정부가 집중 투자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