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옵션 갖춘 '엄친아 노트북', 외모까지 우월함 과시
LG전자 ‘엑스노트 P430’은 가볍고 얇은 노트북이다. 14인치 화면이지만 크기는 13인치 노트북(329×226×24~28㎜) 수준. 외장형 그래픽 칩세트에 광드라이브까지 장착된 ‘풀옵션’ 모델이면서도 무게는 배터리 포함 1.94㎏에 불과하다는 것이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사양이 정확하다면 경쟁사 제품보다 가볍다.
실측으로 크기와 무게를 확인해 볼 필요는 있다. 이 정도로 가볍게 만들었다면 다른 기능이나 품질상 문제가 있지 않을까.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제품의 외형부터 성능까지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해 엑스노트 P430의 ‘겉과 속’을 분석해봤다. 분석은 LG전자가 주장하는 강점을 전문가와 기자가 직접 실측하고 테스트하는 방식을 취했다
<검증 포인트>
-실제로 두께가 얼마나 얇은지 비교
-코어 i5 CPU를 쓴 타사 제품과 성능 비교
-얇은 두께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지 디자인 검증
-올 하반기 노트북 중 최고의 기대주.
-광드라이브를 내장한 올인원 제품이면서 가장 얇다
-“블레이드 디스플레이 기술로 LCD 두께를 기존 제품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줄여 동급과 비교할 때 본체가 가장 얇고 가볍다”(LG전자 PC상품기획그룹)
-“더 슬림한 본체를 만들기 위해 무선랜 안테나를 LCD 뒷면이 아니라 사용자 손바닥이 놓이는 앞쪽으로 옮기면서도 전파수신율이 떨어지지 않게 신경을 썼다”(LG전자 연구원 PC개발실)
CPU인텔 코어 i5 2410M
메모리DDR3 SD램 4GB
하드디스크500GB
그래픽엔비디아 지포스 GT520M
LCD14인치(해상도 1366×768)
운용체계윈도7 홈프리미엄 64비트
광드라이브슈퍼멀티 DVD
네트워크기가비트랜, 802.11n 무선랜, 블루투스
배터리리튬이온 6셀
크기329×226×24∼28㎜
무게1.94㎏(배터리 포함)
◇디자인=세심하게 신경쓴 수공예 느낌
노트북 매장에서 소비자를 사로잡으려면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이 중요하다. 이제는 노트북도 휴대폰처럼 사람의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P430은 심플하면서 세련된 느낌이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 특히 두께가 얇고 화면이 넓기 때문에 투박하지 않고 시원하다. 상대적으로 본체보다 LCD 두께가 얇은 것이 낯선 느낌을 주기도 한다.
디자인만 슬림해 보이고 실제로 들어보면 무거운 제품도 더러 있는데 그럴 경우 소비자 평가는 오히려 가혹해진다. 하지만 P430은 1.94㎏으로 가볍다. 다이어트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LCD 상판 재질은 알루미늄이라 감촉도 좋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데 비해 본체는 일반 플라스틱이라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 이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초경량 슬림 노트북의 대명사인 애플의 ‘맥북에어’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부드러운 느낌이 부족하다. 입출력 단자나 방열구, 이어폰 잭 같은 요소들을 좀 더 세밀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돈태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P430에 대해 “요즘 디지털기기 디자인은 공장에서 찍어 나온 듯 개성 없는 제품이 아니라 수작업을 한 듯 진실성과 정성을 담아내는 추세”라며 “P430은 전반적으로 호감이 가는 스타일이며 애플을 연상시킬 만큼 수공예 느낌이 묻어난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평했다.
◇성능=베젤 두께가 3분의 1, 소음도 합격점
P430은 얼마나 얇을까? 버니어캘리퍼스로 13인치 모델과 비교해 디스플레이 두께를 재봤다. 결과를 보니 확실히 날씬하다. 비교 모델 2종은 각각 7.83㎜, 8.03㎜지만 P430은 5.30㎜다. 참고로 당초 제조사가 밝힌 두께는 4.5㎜다. 이는 LCD만을 쟀기 때문이다.
LCD와 베젤 사이 간격도 많이 줄였다. 비교 모델은 각각 14.85, 15.75㎜였지만 P430은 4.38㎜, 3분의 1 수준이다. 13인치 노트북 크기에 14인치 화면을 갖게 된 비밀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두께를 버리고 성능을 잡은 제품도 있다. 예컨대 14인치급 이상 올인원 노트북은 본체와 디스플레이 두께가 두껍지만 대신 성능이 데스크톱PC와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장착한 CPU도 전력소비량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성능 확보에 주력한다. 물론 휴대성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이번엔 벤치마크 프로그램 차례.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퓨처마크에서 만든 ‘PC마크7’을 이용했는데 CPU부터 메모리?동영상?그래픽?웹서핑 등 PC 성능을 구체화된 수치로 나타내준다.
‘PC마크7’은 CPU?메모리?그래픽카드?하드디스크?네트워크 등 PC 주요 부품 성능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서 윈도7에 최적화되어 있다.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의 결과와도 비교가 가능해 PC 성능이 어느 수준인지 손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벤치마크 테스트는 모두 5회 실시해 가장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수치를 더해 평균 점수를 냈다.
일단 P430이 얻은 총점은 1839점으로 CPU?메모리?그래픽카드?하드디스크?네트워크의 성능을 모두 고려한 평균값이다. 동영상 재생 능력은 초당 22.99프레임으로 풀HD 동영상을 H.264 윈도 표준 코덱으로 재생한 결과다. 최대 재생 프레임보다 얼마나 끊김 없이 재생하는지가 관건이며 22.99프레임이라면 중간 정도의 성능이다.
다음으로 그래픽은 15.42프레임이 나왔는데 윈도에서 기본으로 이용하는 다이렉트X 9의 성능을 측정한 결과다. 대부분의 게임이 다이렉트X 9 이상을 지원하므로 대략적인 2D?3D 성능을 살필 수 있다. 엑스노트 P430이 기록한 15.42프레임은 엔비디아 지포스 GT520M 그래픽 칩세트를 얹은 경쟁 모델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웹브라우징 속도는 11.5페이지, 데이터 전송속도는 초당 43.36MB다. 웹브라우징과 데이터 전송속도의 경우 1초에 얼마나 많은 웹페이지를 로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인터넷 사용자가 느끼는 체감 웹서핑 속도가 빨라진다.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살피면 엑스노트 P430은 코어 i5 CPU와 4GB 메모리, 64비트 윈도7 등을 이용한 동급 노트북과 큰 차이가 없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두께와 무게, 그리고 광드라이브 등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넣으면서 나온 결과라는 점이다. 성능은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면서 휴대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소음도 중요하다. 아무리 멋진 차도 시끄러우면 스타일 구긴다. 실내 소음을 35~36㏈로 맞추고 윈도를 시동할 때 방열구 앞에서 수치를 재봤다. 결과를 보면 비교 모델은 38~39, 48~50㏈이 나왔지만 P430은 41~42㏈을 기록했다. 40㏈ 수준이면 도서관이나 대낮 주택가에서 들리는 소음 정도다. 50㏈이 조용한 사무실, 60㏈이 일상 대화 소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없다.
<실내 소음 36㏈ 기준. 제품별 소음 최대치>
소음 측정 결과(단위 ㏈)
엑스노트 P43042
싱크패드 E220s39
엑스노트 T38050
<디지털 버니어캘리퍼스 실측 결과>
두께 측정 결과(단위 ㎜)
엑스노트 P430싱크패드 E220s엑스노트 T380
LCD 두께5.307.838.03
LCD 베젤 간격4.3814.8515.75
◇기술=넓어진 1인치의 비밀-블레이드 디스플레이
P430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블레이드 디스플레이’다. 이전 모델에 적용했던 ‘내로 베젤(Narrow Bezel)’의 2세대 격인 기술로 LCD 주위를 감싼 플라스틱 베젤 두께를 최소화한 것이다. 내로 베젤은 LCD TV에 먼저 쓰이다가 모바일 제품까지 영역을 넓힌 기술이다. 영화나 인터넷 등을 즐기는 일이 흔해지면서 더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게 이유다. 휴대용인 모바일 제품은 화면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블레이드 디스플레이는 LCD 베젤 두께를 줄이려고 고안한 기술이지만 막상 기술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한정된 공간에 패널과 인버터, 백라이트 유닛, 무선랜 안테나 같은 부품을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P430은 무선랜 안테나를 노트북 본체 쪽으로 끌어냄으로써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이와 관련 권해옥 LG전자 선임연구원은 “본체로 무선랜 안테나를 옮기면 안테나 수신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판 위치까지 다시 조정했다”고 설명한다.
슬림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광드라이브를 장착했다는 점에서 LG전자의 설계능력은 높이 살 만하다. 만일 광드라이브를 포기했다면 두께는 지금보다 더 얇고 무게도 가벼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얇아진 베젤 덕분에 디자인에 심미적 요소를 더해 시각적 만족도 역시 높아졌다. 실제로 P430은 무게 1.94㎏, 두께 24~28㎜지만 경쟁 모델은 대부분 2~2.5㎏, 27~38㎜다.
◇eBuzz 총평=공보지기(公輔之器)
P430 첫인상은 ‘다이어트 킹(Diet King)’. 리뷰를 끝낸 후 다시 보니 ‘공보지기(公輔之器)’라는 별칭이 딱 어울린다. 공보지기란 임금을 보필할 재상이 될 만한 그릇을 의미한다. 가격?성능?디자인?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합격점을 받았다는 점에서 ‘훌륭한 재상’감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 노트북 시장을 평정할 ‘최고의 제품’이 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몸집 다이어트에는 성공했지만, 아름다운 S라인을 갖추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얇은 화면을 빼면 결정적으로 제품의 품격을 살려줄 ‘과감한’ 시도가 눈에 띄지 않는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이지만 본체까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입출력 포트도 가지런히 정리하고 더불어 USB 3.0이나 선더볼트와 같은 차세대 데이터 전송 기술이 적용됐다면 금상첨화다.
LG전자가 후속작으로 차별화된 컨셉트와 스타일을 찾아낸다면 앞으로 맥북 프로와 맞붙어도 승산이 있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