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갤럭시S2’를 한 대 팔면 최고 20만원의 리베이트(판매 장려금)가 떨어져요. 통신사마다 리베이트가 다른데 다른 두 곳은 15만원, 10만원가량에 달합니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휴대폰 판매상은 “요즘 이동통신 3사의 스마트폰 가입자 유치전이 과열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날 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단속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스마트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휴대폰 유통가의 변칙·출혈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휴대폰 교체 대목을 맞아 번호이동으로 가입자를 빼앗아 오려는 통신사들과 초반 스마트폰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휴대폰 제조사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판매 장려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양상이다.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의 한 휴대폰 매장 업주는 “갤럭시S2나 아이폰과 같은 인기 스마트폰보다 외산폰의 장려금이 훨씬 높은 경우도 많다”며 “전략 제품은 제조사 리베이트까지 30만원을 넘는 경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이통사 단말담당 한 직원도 “예전 피처폰 판매 시절 5만원 안팎의 휴대폰 리베이트가 요즘 20만~30만원까지 치솟은 것은 정말 왜곡된 시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결국 늘어난 장려금도 통신요금으로 부과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판매 장려금이 올라가자 이를 노리는 판매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출혈 변칙 영업도 고개를 들고 있다.
통계청과 통신사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휴대폰 판매점은 3만개를 넘어섰다. 올 들어 ‘휴대폰 백화점’ ‘휴대폰 할인마트’라는 간판을 단 판매점도 눈에 띄게 늘어 업계에서는 지난 연말보다 1000개 이상의 판매점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서울 강남이나 여의도 일대 판매점들은 신규 가입 고객에게 2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전단지를 돌리는 등 자체 이벤트까지 벌이고 있다. 또 스마트패드 ‘갤럭시탭 7인치’를 공짜로 빌려주는 렌털 서비스에 나선 판매점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변칙 마케팅이 가능한 것은 이통사의 리베이트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휴대폰 매장의 한 직원은 “현재 가입자 1명을 유치해 받는 20만~30만원의 리베이트로 10만원가량의 스마트패드를 구매해 렌털 서비스를 하더라도 10만원 이상의 차익이 생긴다”며 “현금 경품도 리베이트의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방통위 이용자보호국 시장조사과장은 “현재 법적으로는 통신 가입자들이 차별적 혜택을 받는 부분에 처벌만 가능해 휴대폰 유통 시장의 기형적인 리베이트 구조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가 불가능하다”면서도 “결국 신규 가입자나 번호이동 등에 훨씬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도 이들에 더 많은 리베이트가 지급되는 구조적 문제인 만큼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리베이트 관행과 관련한 포괄적 업무처리 절차의 개선명령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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