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하이닉스 매각, 이번에는 성사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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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닉스 매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더니만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현대중공업이 ‘사실이 아니다’가 아니라 ‘확정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하이닉스 인수 소문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입장변화가 없다. 그동안에도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소문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인수소문→인수주체 기업 주가폭락→사실무근 발표 등의 공식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하이닉스에는 큰 생채기가 생겼다. ‘주인 없는 회사’ ‘투자하기에는 위험한 회사’와 같은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하이닉스 매각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5년 전이다. 그 사이에 여러 매수기업 후보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실시한 공개매각에서는 인수후보조차 나오지 않았다. 주홍글씨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반도체 전문가들은 하이닉스 인수가 비용적으로는 부담이 되겠지만 인수 그룹 혹은 회사의 위상을 한 순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한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하이닉스가 이전과 달리 견고한 기반을 확보하고 자체 수익으로도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미세공정 확대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에비타(EBITDA) 내에서 충당하고 있어 자체 조달이 가능한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쟁사인 일본과 대만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반면에 하이닉스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치킨게임’ 시대도 지났다. 치킨게임은 서로 덩치가 비슷해야 발생하는 데 이미 대만 기업들은 치킨게임을 할 체력을 소진했다. 게다가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새로운 메모리 시장까지 급성장하면서 메모리 신성장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하이닉스에 부족한 것은 주인이다. 물론 하이닉스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주인이면 금상첨화겠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방향을 빠르게 결정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주면 된다. 매각 과정 때마다 불거진 ‘주인 없는 회사’ ‘위험한 회사’라는 주홍글씨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이유에서라도 주인은 꼭 필요하다.

 사실 채권단은 어려운 시기 하이닉스의 버팀목이었다. 고통도 분담했다. 이제 채권단의 소임은 잘 키운 딸을 좋은 혼처에 시집보내는 것이다. 혹시라도 흥행이 될 듯 싶다는 분위기 때문에 매각 조건을 채권단에 유리하게 바꾸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올해를 넘기면 내년에는 대선과 총선이 맞물린다.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이 기간에는 사실상 하이닉스 매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사실상 올해가 하이닉스 매각을 성사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채권단이 단순히 매물 매각이 아니라 국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하이닉스 매각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서동규 반도체디스플레이팀장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