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도 해보기 힘든 경험 가운데 하나가 ‘완벽한 어둠’이다. 도시의 밤은 형형색색의 조명과 네온사인이 밝히고, 가로등조차 없는 시골이라도 상대적으로 밝은 달빛과 별빛이 어슴푸레 주변을 비춘다. 현대 사회에서 완벽한 어둠은 완벽한 평화만큼이나 만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 신촌의 작은 전시장에 가면 완벽한 어둠을 만날 수 있다. 100% 어둠이라는 이색적인 소재의 ‘어둠 속의 대화’가 그 주인공이다. 이 전시는 한 마디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겪는 일상이다. 시각장애인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안내자 격인 로드마스터를 따라 약 90분간 서울의 자연·거리·시장·바(bar)·보트탑승 등의 테마 코스를 통해 어둠 속의 일상을 경험한다.
시각장애인들이 길을 걸을 때 사용하는 스틱 ‘케인’과 옆 사람, 그리고 로드마스터에게 의지한 채 실오라기만큼의 빛도 없는 공간의 순례를 시작하면 관람객은 갑갑함과 불안, 그리고 공포까지 느낀다. 차차 시간이 지나면서 로드마스터가 인도해주는 손길에 따뜻함이 전해지고, 암흑 속에서 들리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안도감이 더해진다.
감동이 반감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전시가 끝날 무렵, 관람객들은 상상도 못할 반전을 만난다. 반전이 가져오는 감동은 자신과 타인, 특히 장애인들의 삶을 마음 깊이 돌아보게 만든다. 눈으로는 보지 못하지만 온몸으로 느끼는 감동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어둠 속의 대화는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된 이래 유럽과 아시아·미국 등 전 세계 25개국 150개 도시에서 열렸다. 600만명 이상의 세계인들이 경험했고, 6000명 이상의 시각장애인 고용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에선 NHN의 자회사 엔비전스가 전시를 진행한다. 관람시간은 주중 12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체험 전시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예매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자세한 사항은 어둠 속의 대화 공식 홈페이지(www.dialogueinthedark.co.kr/index.nhn)에 나와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전시장 로비에 키오스크를 마련했다. 관람 후 소감을 적어 사진을 찍으면 ‘어둠 속의 대화’ 공식 홈페이지 내 체험 후기에 자동 등록돼 현장의 감동을 기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시를 운영하는 송영희 엔비전스 대표는 “어둠 속의 대화를 통해 ‘보이는 삶과, 보이지 않는 삶의 다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다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여가길 희망한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인 관계를 단절시키는 ‘어둠’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의지하는 과정을 통한 감동을 체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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