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에 사는 강 모씨(43)는 지난 7일 `대검찰청 디지털 수사과 K수사관`에게 전화를 받았다. 수사관은 "금융정보를 유출해 예금을 인출해 가는 범인들을 검거했으니 대검 홈페이지 `개인정보침해정보센터`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입력, 피해 사실을 확인하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일 수 있다는 생각에 강씨는 전화번호와 홈페이지를 검색해봤다. 수신된 전화번호는 대검 대표전화였고 홈페이지도 실제 있었다. 의심을 푼 강씨는 시킨 대로 각종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의 계좌에서 650만원이 빠져나갔다. 강씨는 보이스피싱에 `낚인` 것이다. 물론 수사관도 보이스피싱 일당 중 한 명이었다.
피싱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어눌한 발음의 조선족이 관공서ㆍ금융사를 사칭하거나 자녀의 울부짖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수법은 예전 이야기.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어 웬만한 사람들은 속기 십상이다.
집전화 피싱에 이어 메신저 피싱이 등장하더니 요즘엔 스마트폰까지 활용한 첨단 피싱도 등장했다. 대검찰청 같은 대한민국 최고 사정기관 가짜 홈페이지까지 버젓이 만들 정도로 대범하고 치밀해졌다.
특히 최근 현대캐피탈 해킹사건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거듭되고 있고, 암시장에서 개인정보가 거래되면서 개인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갖고 접근하는 피싱도 늘고 있어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12일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재작년 한 해 6720건, 621억원 피해가 신고된 보이스피싱은 작년 한 해 5455건, 553억원의 피해가 접수됐다. 메신저 피싱도 재작년 7월 810건이 신고됐지만 지난해부터 월 200~300건가량 신고되고 있다. 발생건수는 줄고 있지만 수법은 더 교묘해져 젊은이들과 고학력자들까지 깜빡 속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최근 피싱은 상대방 개인정보까지 알고 접근하는 일이 많아 속기가 더 쉽다"며 "기업체에서 유출되거나 해킹된 개인정보들이 음지에서 계속 거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고승연 기자/임영신 기자/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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