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락장서 빛보는 ETF 인기 상한가

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나라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돼 발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ETF 특유의 순발력이 매력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최근 일주일 새 국내주식형 ETF 순자산은 총 3710억원 증가했다. 최근 한 달간 순자산 증가액이 395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일본 대지진 이후인 최근 일주일 새 집중된 셈이다.

◆ETF 거래량 사상최고 수준=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거래량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ETF 전체 거래량은 3606만주로 역대 하루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거래량이 3000만주를 넘은 것은 2009년 10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6일과 17일에도 각각 2500만주와 2000만주씩 대량 거래가 이뤄졌다. 일본 지진 이전에는 하루 거래량이 1000만주 안팎에 그쳤다.

종목별로는 코스피 등락률보다 두 배로 크게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와 시장과 거꾸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가 특히 인기다. 지난 15일 `KODEX 레버리지`는 1676만주, `KODEX 인버스`는 1260만주가 거래돼 각각 유가증권시장 거래량 3위와 5위에 올랐다. ETF가 거래량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레버리지 ETF의 경우 하락 후 단기 급등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주로 몰렸고, 인버스 ETF는 변동성이 계속 이어질 것에 대비한 헤지 수요가 거래를 부추겼다. 이처럼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ETF가 주목받는 것은 사건대응 순발력이 뛰어난 장점 덕분이다.

ETF는 KOSPI 200과 같은 특정 지수에 연동한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거래된다. 따라서 일반 펀드와는 달리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변수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다.

예컨대 일반 일본펀드 투자자가 대지진 발생 직후 펀드 환매를 요청했다고 해도 돌려받는 액수는 사흘 후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지진 직후 사흘 동안 일본 증시 낙폭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반면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ETF인 `삼성 KODEX 재팬` 투자자라면 사건 발생 즉시 매매가 가능했다.

실제 KODEX 재팬은 일본 증시가 큰 낙폭을 기록한 15일 33만주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는 급락 후 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ETF는 하락이든, 상승이든 시장 방향성이 한쪽으로 쏠리는 시점에 급격히 거래량이 늘어나는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단 대지진이라는 돌발 변수가 아니더라도 ETF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ETF가 처음 상장된 것은 2002년 10월, 순자산 총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6년 8월이었다.

이후 규모는 매년 꾸준히 늘어나다가 지난해 코스피 상승에 힘입어 1년 동안 2조원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6000억원가량 몸집이 불어났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총 74개 ETF 상품이 상장돼 있다.

◆선진국서도 인기=ETF의 성장은 한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 세계 ETF 자산 규모는 13조7000억달러로 2000년 743억달러에 비해 18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이 ETF가 갖는 장점에 주목하기 시작했음을 방증한다.

ETF는 사고파는 방식 자체는 일반 주식과 동일하지만 한 주를 사더라도 지수 전체에 투자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개별종목 투자에 비해 리스크가 낮다. 또 환매수수료 등 부대비용이 따르지 않고 보수가 0.2~0.5% 선으로 일반 주식형 펀드 2%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또 투자자 처지에선 매일 공개되는 펀드구성 내역과 순자산 등을 수시 체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용어설명

상장지수펀드(ETFㆍEXchange Traded Fund) = 펀드를 증시에 상장해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되도록 한 상품이다. 일반 종목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손쉽게 사고팔 수 있고 수수료도 싸다. 주로 코스피200 등 특정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매일경제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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