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위기의식을 불어넣으며 분발을 촉구하는 이건희 회장 특유의 `위기론`이 삼성을 보다 기민한 조직으로 만들었다. 이 회장 복귀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의사 결정이 빠르고 과감해졌다는 것이다."
삼성의 한 고위 인사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 복귀 1년을 맞아 이같이 평가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0`에서 기자들에게 했던 말과 궤를 같이한다.
이 회장은 삼성특검 사태로 2008년 4월 공식 퇴진한 지 23개월 만인 지난해 3월 경영 현장으로 돌아왔다. 오는 24일로 복귀 1년이 된다. `컴백`의 결정적 계기는 바로 `위기`였다. 이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면서 잘나가던 삼성에 채찍질을 가했다.
당시는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로 홍역을 치르던 때였다. 여기에 아이폰ㆍ아이패드 등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치고 나오는 `애플 쇼크`까지 겹쳤다. 자칫 삼성 브랜드에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는 시점에 이 회장의 위기의식이 발동한 셈이다.
이 회장은 삼성 임직원들을 위기의식으로 무장시킨 데 이어 모든 조직원 생각이 미래를 향하도록 했다. 경영 복귀 한 달여 만인 5월 첫 번째 사장단회의 주제가 `신사업`이었다. 향후 10년간 태양전지ㆍ바이오제약 등 신사업 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통큰 투자` 결정을 내린 게 이때다.
아울러 해외 반도체업체들이 추가 시설 투자를 고민할 무렵 이 회장은 화성사업장 메모리 반도체 16라인 착공을 지시하고 직접 기공식에도 참여했다. 1위 반도체 사업에 가속도를 내는 과감한 투자였다.
이 회장은 조직문화 혁신이라는 화두도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멕시코 출장길에 "어느 시대든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이 회장 스스로 "세상이 빨리 바뀌니까 판단도 빨라져야 하고 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 맞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중국 광저우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그룹 하드웨어를 대폭 바꿨다. 삼성특검 여파로 없앤 그룹 컨트롤타워를 복원했다. 명칭을 전략기획실에서 미래전략실로 바꿨고 사령탑에는 이학수 전 부회장 대신 신수종사업 발굴을 맡아온 김순택 신사업추진단장 부회장을 임명했다.
나아가 작년 12월에는 사장단부터 임원진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발탁 인사가 단행됐다.
성장에 대한 이 회장 열망은 올해 1월 초 깜짝 놀랄 수치로 발표된다. 삼성그룹이 올 한 해 사상 최대인 4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해(36조5000억원)에 비해 18% 증가한 것으로 이 소식을 접한 경쟁사들은 추격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황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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