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현장] 재능기부는 SNS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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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일역 근처의 한 허름한 건물 5층. 입구에 들어서니 “쿵작쿵작” 노래방 기기 반주가 흘러나왔다. 몇 걸음을 더 내디디자 우비를 걸친 젊은이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복도를 지나 왼쪽으로 눈을 돌리자 벽면을 한가득 채운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나타났다. 80여 명의 봉사자들은 저마다 벽 한 편을 차지하고 벽화 그리기에 열중했다. 공간 한쪽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아이들은 반주에 맞춰 노래 실력을 뽐냈다. 칙칙하기만 했던 회색 건물은 봉사자들의 손과 아이들의 목소리를 맞이하면서 색을 입은 화사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이곳은 한 단체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새터민이다. 그렇다 보니 재정이나 운영이 여유롭지 않은 편이다. 이 사실을 ‘스쳐 가는 생각’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집단창작 모임에서 활동하는 손소현씨가 알게 된 것.

 도울 방법을 궁리하던 그는 함께 활동하는 이길환 커즈스퀘어 연구소장과 ‘재능기부’ 형태의 행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트위터에서 ‘재능나눔당’ 활동을 하는 조영애씨도 동참했다. 이들은 일단 학교 내부에 벽화를 그려보기로 했다.

 행동에 나선 손 씨는 지난달 21일 트위터에 ‘3월 1일 새터민 아이들이랑 점심 해먹으면서 뜻깊게 보내실 분’이란 글을 올렸다. 기부 사이트 ‘위셔북(wisherbook.com)’에도 행사를 소개했다.

 글은 리트윗(RT)되며 순식간에 퍼졌다. 어떤 이는 멀리 있어 참가가 어렵다며 대신 돈을 보냈다. 벽화 그리기 대신 다른 도움은 필요 없느냐는 문의도 이어졌다.

 행사 당일이 되자 80여명의 사람들이 학교를 찾았다.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비를 걸치고 페인트칠에 나섰다. 서로 처음 보는 사이지만 같은 마음이기에 금세 친해졌다. 낯선 이들의 등장에 어색했던 새터민 아이들도 이내 마음을 터놓았다. 학교 안은 반나절 만에 웃음이 가득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길환 소장은 “기부 문화가 주기만 하는 것에서 함께 참여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며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는 투명한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강시란 원장도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모인 모습을 보고 트위터의 위력을 처음 알았다”며 “구체적인 커리큘럼 지원도 논의하는 등 장기적으로 관계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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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구로구의 한 대안학교에서 트위터를 통해 모인 재능기부자들이 벽화 그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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