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종편사업자 선정 이후가 더 문제다

 누란지세(累卵之勢)라고 했던가. 종합편성 채널사업자 선정 이후의 미디어시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번 주면 모두 결판이 나겠지만, 방통위는 일단 ‘자격’을 갖춘 업체에 모두 사업권을 준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조·중·동은 사업자 명단에 이름표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우려가 앞서고 있다. 애초 정부가 방송도 시장에 맡겨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하는 것부터 그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정책적 목적을 의심하지 않은 바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방통위는 종편사업자 수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한데 그치지 않고 다채널방송서비스(MMS)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흘리고 있다. 지상파TV 수신료 인상을 결정한데 이어 이제는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입장으로 보면 많은 희망사를 떨어뜨릴 수는 없고, 당장 이에 맞서는 거대 지상파TV의 반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담당 공무원으로서는 사업자 선정 이후의 불가피한 잡음도 의식해야 한다.

 그야말로 방송 플랫폼의 천국이 될 전망이다. 현재의 지상파TV,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에 이어 종편과 지상파TV의 아류인 MMS까지 가세하게 됐다. 당장 4∼5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편과 지상파TV당 3∼4개의 MMS를 예상하면 그렇다는 의미다.

 플랫폼과 서비스만 있지 콘텐츠가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플랫폼에 치중된 정책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핵심인 콘텐츠에 대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해외 유명 콘텐츠업체와 거대 글로벌 콘텐츠 유통사들이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기대는 애초부터 무리다. 무한경쟁 구도 하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는 선정성·폭력성·저질성이 주메뉴로 떠오를 것이다. 인터넷서 행해지는 낚시성 뉴스·드라마·광고도 등장할 것이다.

 종편 선정 과정에서 보여준 ‘사실과는 관계없는’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 행태는 극에 달할 전망이다. 극한 경쟁에서 오는 정부에의 종속성, 해바라기성 방송이 될 가능성이 높고 광고자본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대한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대체 정략성이 개입되면서 미디어시장의 무한 경쟁이 몰고 올 파장을 얼마나 예측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방송의 출혈 경쟁은 방송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3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다 까먹었을 경우 당장 신문과 인터넷 매체, 나아가 잡지·인쇄·출판 등 미디어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현재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미디어 빅뱅이 얘기되는 이유다.

 미디어 정책은 철학이 있어야 하고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 당연히 예측 가능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지금처럼 정략적이거나 보신주의가 끼어들게 해서는 안 된다. 종편은 선정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가 더 문제다. <박승정 미래기술연구센터장·부국장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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