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에 귀한 몸 `스위스 프랑貨`

유럽 재정ㆍ금융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영세 중립국 스위스의 프랑화 가치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프랑화 사재기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리스ㆍ아일랜드발 유로존 위기에 따라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된 투자자들이 유로화를 매도하고 스위스 프랑화를 매수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이날 유로화당 프랑화 환율은 1.2472프랑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즉 유로화 대비 스위스 프랑화 가치는 사상 최고치로 뛰어오른 셈이다. 이에 앞서 유로화 대비 프랑화 가치는 7일 연속 상승하는 등 프랑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일 내년도 유로화 대비 프랑화 환율 목표를 1.20프랑으로 조정하며 프랑화 강세 전망을 뒷받침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성명에서 "스위스는 유로존과 확연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전제한 뒤 "스위스 프랑화는 우리가 선호하는 통화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줄리어스베어은행(Bank Julius Baer) 외환 전문가인 데이비드 콜도 "유로존 부채 위기를 고려했을 때 프랑화 값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유로화 대비 프랑화값은 올해 초 1.4832프랑과 비교해도 거의 16% 이상 올랐다. 특히 지난주 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유로안정기금을 2013년 상설화하는 원론에는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자 프랑화값 상승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스위스 프랑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유로존 위기 외에도 스위스 경제와 통화제도가 지닌 독특한 구조적 강점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스위스는 서유럽 국가 중 가장 최근까지 자국 화폐를 금과 태환해온 나라다. 스위스는 1936년 금본위제를 도입한 이후 2000년까지 외환보유액 중 금보유 비율을 법으로 40% 이상 유지하는 금태환을 시행했다.

1971년 금태환을 포기한 미국에 비해 30년가량 금태환제도를 더 유지한 셈이다. 금태환을 중단했지만 현재(2009년 10월 기준)도 스위스는 금을 1040t 보유하고 있다. 이는 외환보유액 중 16.4%에 이르는 것으로 스위스는 세계 6위 금보유 국가에 해당한다.

스위스의 낮은 물가상승률도 프랑화값을 지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로존 전체의 올해 11월 말 현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9%인 데 비해 스위스는 0.2%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 지속적인 이민자 증가에 따른 임금 안정 등도 프랑화 강세에 한몫하고 있다.

박진호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차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스위스 내 부동산 거품에 따른 신용팽창이 없었다는 점도 프랑화 강세에 도움이 됐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프랑화 강세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스위스국립은행(SNB)은 22일 성명에서 "프랑화의 지나친 강세로 스위스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만큼 가격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매일경제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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