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급한불 끄고 해외로 뛴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취임 후 첫 외국 출장에 나서며 글로벌 경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구 부회장은 지난 10월 취임 후 진행해온 조직 개편ㆍ인사 등 윤곽이 그려짐에 따라 앞으로 주요 국외법인을 방문해 시장을 점검하거나 전시회에 참석하는 등 국외 일정 소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16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16~17일 중국 톈진과 베이징을 방문한다. 지난 10월 1일 남용 부회장에게서 최고경영자(CEO) 바통을 이어받은 이후 외국 출장 길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 부회장은 스마트폰 대응 실기 등으로 인해 실적 악화에 빠진 LG전자를 구하기 위해 등장한 구원투수다.

구 부회장은 톈진에서 가전 생산라인 등을 살펴보며 경영구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베이징에서는 중국지역대표(본부) 등을 방문하고 장ㆍ단기 중국전략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구 부회장이 첫 외국 출장지로 중국을 선택한 것은 이 지역이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

LG전자는 중국에서 톈진 상하이 등에 12개 생산법인과 6개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해 LG전자 매출 중 4분의 1 정도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매출 중에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것도 있지만 중국에서 생산돼 역외로 수출되는 것도 많다. 중국은 시장뿐 아니라 생산기지로도 LG전자에 핵심지역인 셈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TV시장으로 성장한 것을 비롯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중국 시장을 핵심 비즈니스 지역으로 삼기 위해 현지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이번 중국 출장을 시작으로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자쇼(CES 2011)에 참석하는 등 주요 지역ㆍ행사 방문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CES에서는 내년 가전시장 트렌드를 살펴보고 주요 거래처 관계자 등을 만날 것으로 예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CES에는 전 세계 주요 전자업체나 IT기업 경영자들이 대거 집결하는 만큼 구 부회장은 경영구상을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 부회장은 내년 초 이후에는 주요 국외법인을 방문해 글로벌 전략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구 부회장은 지난 10월 취임 이후 인사, 조직개편, 내년 전략 수립 등을 신속하게 진행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TV사업을 관할하는 HE사업본부장과 휴대전화사업을 관할하는 MC사업본부장을 교체했다. 이와 함께 취임 직후부터 주요 사업부에서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국내 주요 생산라인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11월 초에는 MC사업본부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전체 조직 틀을 바꿨다. 구 부회장은 취임 후 `스피드`와 `실행력`을 강조해 왔다. 스마트폰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해 LG전자에 위기가 비롯됐고 이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구 부회장 분석이었다.

이에 따라 조직 개편도 명령체계를 사업본부 위주로 단선화해 스피드를 높이고 경영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제품사업본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5개였던 사업본부도 4개로 정비하고 경영혁신 등을 강화했다.

구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시장 예상보다 한발 빠른 시점에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하는 등 조직을 장악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주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수뇌부와 내년 전략 수립을 위한 컨센서스미팅(CM)을 하고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했다.

구 부회장은 취임 후 두 달 반 동안 LG전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진행해온 작업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이제 외국 현장을 찾아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할 채비를 하고 있다.

[매일경제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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