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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두바이의 파산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집객력 경쟁에서 실물의 도시 환경에 기반한 실외 오락이 허구적 모사물에 기반한 실내 오락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1990년대 이후의 현상을 확증하는 증거기 때문이다. 장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현대는 허구가 실재보다 더 실재처럼 작용하는 시뮬라크르(모사물)의 시대인 것이다.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것,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의미심장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은 현실세계가 아니라 가상세계에서 일어난다. 가상세계는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만들어서 거주하고 상호작용하는 컴퓨터 기반의 시뮬레이션 환경이다. 가상세계는 웹2.0이 현실화될 때부터 미래의 트렌드로 주목받아 왔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은 잡지나 책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처럼 평평한 2차원 웹이다. 앞으로 우리가 사용하게 될 차세대 인터넷은 현실 세계와 유사한 3차원 웹이며, 가상세계는 이 같은 3차원 웹의 원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상세계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 친화성이다. 인간은 3차원 공간에서 나고 자라고 병들고 죽어간다. 인간의 뇌는 3차원의 공간적 관계를 기억하는 것이 가장 쉽고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현실 세계를 3차원으로 재현한 가상세계는 2차원 웹보다 정보를 더 빨리 직관적으로 지각할 수 있게 한다.
한국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문화기술연구소가 이 같은 가상세계 창작기술을 연구 중이다. 현실에서 가상세계가 가장 빨리 상용화될 수 있는 분야를 초등학생들의 교육시장이라고 보고 이를 위한 브이러닝 연구들을 추진하고 있다.
브이러닝이란 가상세계(Virtual World)로 발전된 이러닝 교육을 말한다. 기존의 이러닝이 대부분 언어 등의 텍스트와 강사의 동영상 강의를 기반으로 했다면 브이러닝은 3차원 가상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교육 내용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융합형 콘텐츠다.
일반적으로 가상세계는 6가지 속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수천명이 같은 월드에 거주하는 ‘공유 공간’, 대부분의 인터페이스가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GUI’, 사용자의 상태정보가 실시간으로 교환되는 ‘즉시성’, 사용자가 접속하지 않아도 월드 자체는 계속 운용되는 ‘영속성’, 사용자들끼리의 친교집단이 만들어지는 ‘공동체성’,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와 교류하고 월드와 교류하는 ‘상호작용성’이 그것이다. 이러한 6가지 속성은 가상세계가 정보화 사회가 요구하는 능동적 참여 학습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임을 말해준다.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 환경의 정보화사회에서 지식은 전수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개개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구성된다. 이처럼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를 요구하는 문제해결학습은 가상세계의 브이러닝에서 가장 잘 구현될 수 있다. 이화여대 문화기술연구소는 초등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3000종의 학습주제를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퀘스트의 ‘임무 부여-보상 제공’ 체계로 모형화했다. 또 이러한 문제해결학습에 이어지는 하우징, 이동, 아이템 획득, 현실의 선물 등 다양한 서비스 연동 체계를 기획하고 이에 필요한 요소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가상세계 산업은 이 같은 교육 시장을 비롯해 우리 생활의 모든 국면에 영향을 미칠 기반산업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게임형 가상세계를 상용화했던 가상세계 산업의 선도국가다. 가상세계가 생활의 일부가 되는 역사의 도약 역시 가장 먼저 한국에서 현실화되리라 전망한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cglyou@ewha.ac.kr